문화일보 남시욱 사장의 고급지에 대한 열정은 각별하다. 문화일보 사장으로 부임하기 이전부터 ‘한국형 고급지’를 역설해 왔다. 문화일보의 경영을 맡은 후부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등 분위기 조성에 산파역을 자임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고급지론’을 들어보았다.

-도대체 고급지란 무엇인가.

“한 마디로 뉴스를 상업적으로 다루지 않는 신문을 말한다. 뉴스를 단순히 오락의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않고 뉴스의 의미와 방향을 실증적이고 심도있게 일반독자들에게 알져주는 것이 고급지라고 생각한다. 팔리는 신문보단 ‘사회적 공론’을 중시하는 철학이 고급지의 으뜸가는 요건이다.”

-한국에서 고급지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교육수준이 높은 나라이다. 미국이나 일본 보다 앞선 대중지식사회이다. 고학력, 고소득, 화이트 칼러 층을 주독자로 삼고 이들을 공략한다면 일정정도의 발행부수를 확보할 수 있다. 적정한 부수를 확보하고 권위를 인정받으면 광고도 당연히 따라온다. 획일적인 신문제작 풍토도 고급지의 성장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문화일보는 기본적으로 대기업자본이다. 대기업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고급지를 만들 수 있는가.

“이탈리아에서 발행되는 세계유수의 권위지 중의 하나인 ‘라스팜타’는 자동차그룹인 피아트가 자본주이다. 그러나 그 어느 신문보다 강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고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 역시 부임과 함께 편집권 독립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현대그룹을 우리가 근거 없이 홍보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된다는 생각이다. 현대가 그야말로 훌륭한 문화사업을 한다는 입장에서 우리의 고급지 전략을 지원해줄 것으로 믿는다. 장기적으로는 재정자립을 이루어 자율적인 영역을 더 넓혀야 할 것이다.”

-고급지 제작을 위해선 무엇이 가장 급선무인가.

“많다. 그 중에서도 높은 안목을 가진 기자들을 다수 확보해야 한다. 피라미드형의 취재 직제 개편, 외부인이 아닌 기자 출신의 전문기자제 도입, 출입처 제도의 혁파도 급선무이다. 특히 기자들의 조로현상과 관리직 선호 경향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관리직에 못지않게 좋은 대우를 받는 명실상부한 대기자제롤 도입할 방침이다.”

-고급지 전략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운점은.

“우리나라는 판매수입과 광고 수입이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판매수입이 너무 적다. 판매부수에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광고 대 판매수입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신문 가격이 너무 싸다.

판매부수에 따라 광고단가가 매겨지는 것도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외국처럼 우리도 독자성향에 따라 광고단가가 차별화되어야 한다. 발행부수가 많다고해서 꼭 좋은 신문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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