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의 대언론 정보활동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정기자의 전력과 정치적 성향에서부터 경영, 인사, 논조, 노조활동에 이르기까지 언론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그렇게 수집된 정보는 언론에 대한 영향력 행사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5공시절 안기부 요원이 언론사를 무상으로 출입하며 ‘홍보조정’을 하던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보도될 기사나 보도된 내용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임은 분명하다.

안기부 역시 부분적으로 이것을 시인하고 있다. 안기부 한 관계자는 “상당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보도조정’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언론에 대한 정보활동을 한다. 국가 정보기관으로서 안기부가 언론에 대해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예전처럼 수집된 정보를 ‘언론공작’에 쓰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언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보도조정’ 등은 하지만 ‘공작’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조정과 공작의 한계가 대단히 불분명하다는데 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안기부의 기사 협조 요청이 언론사에 전달될때 그것이 순수하게 협조요청으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압력’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기부의 역할로 볼때 그것은 ‘권력의 의중’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현재 안기부는 40여명으로 구성된 ‘언론팀’을 두고 있다. 서울지부 정보과 소속이다. 이들은 특정언론사를 고정 출입처로 갖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사는 1명이 담당하지만 동아, 조선, TV 3사등 주요 언론사는 2진까지 두고 있다. 중앙일보의 경우 최근 2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신들을 ‘관선기자’로 부른다.

이들 언론팀 요원들은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1일보고와 함께 매주 1회 보고서를 작성해 상부에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수집한 정보는 정보분석관의 엄밀한 분석을 거쳐 안기부장에게 직보된다. 정보수준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되기도 한다. 때로는 급여의 2배 이상이 나오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수집 대상은 개인적으로 인맥이 닿은 사람이나 권력의 풍향에 민감한 간부들이 주 대상이다. 사내정보를 흘려주고 ‘인사청탁’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간부들도 있다. 정보수집 범위는 다양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날 어떤 기사가 들어가느냐다. 이밖에 인사, 논조, 노조활동 등 언론의 모든 것을 ‘취재’해서 보고한다.

이들의 ‘전공분야’나 출입처는 별로 바뀌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이 주특기인 셈이다. 10여년 이상 경력들도 적지않고 대체적으로 평균 7∼8년차들이다. 연령은 5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전 연령대를 포괄하고 있다.

이 안기부 언론팀의 존재는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핵심은 여전히 안기부가 언론을 들여다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언론내부의 ‘은밀한 속사정’이 공식라인을 타고 결국 안기부장의 책상에 올려진다. 거기에 담겨진 특정 언론사의 논조나 기자의 정치적 성향이 안기부 고유업무인 ‘국가안보’와 어떤 관련이 있는 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이들 정보는 ‘권력안보’에 더 가깝다. 이런 점이 안기부의 언론 정보수집 활동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게하는 요인이다.

사내정보를 흘려주고 ‘인사청탁’을 하는 간부가 있다는 것은 안기부가 언론사 인사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날 어떤 기사가 들어가느냐를 체크한다는 것은 그날 어떤 기사가 빠질 수도 덧붙여질 수도 있다는 것과 연결된다. 얼마전 KBS ‘추적 60분’의 안기부 관련 내용이 결국 파행방송된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서 풀이될 수 있다.

물론 안기부 내에서도 조용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언론팀의 주요한 기능의 하나인 보도조정 기능에 대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유지 차원의 정보가 조금씩 줄어들고 ‘정책’ 관련 정보에 대한 비중이 높아진 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안기부와 언론의 관계에서 안기부에 요구되는 것은 환골탈태이다. 정보수집 활동 방식의 세련됨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팀의 해체를 포함한 보다 근본적인 전환의 모습을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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