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는 것은 장점이자 곧 맹점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열려있는 만큼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역기능의 위험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회적인 환경 덕분에 95년초 인터네트의 시큐리티(보안) 향상을 목적으로 한 독특한 프로그램이 탄생됐다. 네트워크 분석용 보안도구라는 뜻의 ‘사탄’(SATAN·The Security Analysis Tools for Auditing Network)이 등장한 것이다.

해커의 침투에 대비, 특정기관의 전산망이 갖는 허점을 진단해줄 수 있다는 이 프로그램은 실리콘그래픽스사의 네트워크 보안 전문가인 비네마와 댄 파머가 개발한 것.

그들은 개발 당시 허술하게 구축된 네트워크 서비스와 시스템이나 네트워크 유틸리티에서 발생한 버그 등에 대해 사용자들에게 정보를 알려주는데 사탄이 큰 역할을 맡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탄을 이용하면 패스워드 관리기능이나 네트워크 점검기능에 취약점이 있다는등의 문제를 사전에 확인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잦은 보안 및 바이러스 경고를 모니터할 시간이 없는 네트워크 관리자를 위해 ‘사탄’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사탄’은 네트워크 운영프로그램 환경에서 실행시키기만 하면, 보안상 허점을 파악해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5년 4월5일부터 인터네트를 통해 공개되면서 사탄은 이같은 장점이 오히려 해커에 의해 악용될 경우, 엄청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면서 ‘사탄유해론’을 낳게 됐다.

나쁜 의도로 쓰인 사탄은 해커가 아닌 일반인들도 시스템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전세계의 모든 네트워크를 무방비 상태에 빠뜨리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인터네트 이용자들은 각종 뉴스그룹이나 전자게시판 등을 통해 ‘사탄’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해커들의 무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충성스런 네트워크 관리자가 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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