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이상철부장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두 달 간에 걸쳐 여야 대선예비주자들을 연쇄 인터뷰했다. 신한국당의 8룡(이회창, 박찬종, 최형우, 이한동, 이홍구, 김윤환, 김덕룡, 이인제)과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그 대상이었다. 이 부장은 인터뷰 시리즈를 마친 감회를 “위로는 눈치 정치, 아래로는 벙어리 정치”라는 말로 표현했다.

특히 신한국당 대선예비주자들의 경우 비록 인터뷰에 응하기는 했지만 YS의 금언령 때문에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부장은 “대권논의를 막는 것은 당을 위한 정치일뿐”이라며 “진정한 국민정치가 이뤄지기 위해선 먼저 언론에 대권논의가 개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에게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언론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YS의 금언령이 8월에 내려졌는데 어떻게 인터뷰가 가능했는가.

“다른 주자의 입을 열려면 먼저 어떤 후보의 입을 열어야 할까를 고심했다. 그래서 이회창 고문을 선택했다. 이고문이 장고 끝에 인터뷰를 수락했다. 그 다음은 가장 말을 하고 싶어하는 박찬종 고문을 골랐다. 그 이후 다른 주자들에 대해선 큰 문제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당분간 입을 열지 않겠다고 공언한 김윤환 고문이 문제였다. 그래서 외국에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설마 외국까지 찾아왔는 데 거절은 못하겠지 하는 계산이 적중해 인터뷰가 성사됐다.”

―인터뷰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인터뷰가 나가는 도중 김대통령이 ‘독불장군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했다. 이 발언이 나오는 데 인터뷰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길 들었다. 또 청와대에서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난 감회는.

“인터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누구도 대권 출마는 물론, 대권창출 계획에 대해서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았다. 김대통령이 예측할 수 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은 지금 정치를 예측할 수 없다. 대권논의를 금지하면서 내년 7∼8월 경이나 후보를 선정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그 짧은 시간에, 더욱이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속에서 어떻게 국민들이 후보를 검증하고 선택하겠는가.

한마디로 위로는 눈치 정치, 아래로는 벙어리 정치다. 물론 청와대와 각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건 당을 위한 정치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는가.

“대권논의를 허용했을 경우 온 나라가 대권논의로 날을 샌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대권논의를 언론에 열어놓음으로써 국민이 스스로 대권논의의 허와 실을 거르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권논의는 허용하되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대권 게임의 성격이 전부가 아니면 전무이기 때문에 청와대의 강력한 통제력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가지를 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누가 출마를 하는지, 그의 비전과 계획은 무엇인지를 알아내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현재 많은 매체들이 대권주자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말의 수위는 뻔하다.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이다. 내년에 가면 YS의 금언령도 상당부분 약효가 떨어질 것이다. 언론은 대권주자들로부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캐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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