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이 현대판 신문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각종 민원성 사안이 게시판에 올라온 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지적돼 정정보도를 받아내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PC통신 하이텔에 자살일기를 공개한 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홍승완씨(ID sos505)와 역시 지난달 6일 유니텔에 경찰의 폭행으로 오빠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글을 올려 방송보도를 얻어낸 노숙희씨(ID hr777)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전 대덕구 비래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인 홍승완씨는 전 조합장 유모씨(61·여)가 조합원들의 인장을 위조해 6억원의 공급을 유용했으나 유모씨의 동생이 현직 검찰 고위간부이기 때문에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홍씨는 “12월 31일까지 검찰의 재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97년 1월 1일 자살하겠다”는 글을 올려 통신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결국 이 사건은 지난달 23일 한국일보와 세계일보를 통해 기사화됐고 4일에는 YTN등 방송쪽에서도 보도됐다. 이 사건과 관련 국민회의는 통신인들의 요청에 따라 5일 대책반을 구성, 현지조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MBC에 보도된 경찰에 의한 노병우씨(39) 폭행치사의혹 사건보도도 통신을 통해 내용이 올라온 후에 취재가 들어간 사례다. 노씨의 죽음은 노씨의 막내동생인 노숙희씨가 유니텔에 관련 내용에 대한 글을 올렸고 하이텔과 천리안, 나우누리에도 다른 통신인들이 갈무리해 옮겨졌다. 통신에 이 내용이 알려진 후에 MBC는 관련내용을 취재해 보도했다.

언론에 잘못 보도되거나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경우 컴퓨터 통신을 통해 알림으로써 고쳐지는 사례도 늘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정신이상자에 의해 지하철 철도에 떨어져 정신을 잃은 장수련씨를 구조한 사람이 언론에 의해 뒤바뀐 오보도 통신을 통해 고쳐진 사례다. 원래 구조자인 장채원씨의 회사동료들이 이 사실을 알고 PC통신에 관련 내용을 올려서 논란이 됐고, 결국 신문은 ‘정정성’ 기사를 내보냈다.

수능시험을 마치고 집에 가던 정병길군의 경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집에 가서 쉬겠다”고 말했으나 이 말이 “나이트클럽에 가겠다”고 엉뚱하게 기사화되자 역시 통신을 통해 이를 공개, 해당 언론사의 정정기사를 받아냈다. 정군의 학교친구인 장화린군(ID darkbard)이 인터피아네트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다른 통신인들이 하이텔 등에 이 내용을 싣는 등 문제를 제기했다. 처음에는 부인하던 취재기자는 통신망에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바로잡는 기사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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