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노동법 개정을 강행 처리하기 위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등 노동계 분열공작을 펼칠 계획을 준비했다는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나아가 청와대는 이같은 노동계 분열공작만으로는 미흡했는지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언론까지를 대상으로 공작적 여론조작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나 이 정권이 도대체 국민과 언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아연케 한다.

한겨레가 입수 보도한 청와대의 ‘노동법 개정안 처리방안’은 노동법 개정안에 대한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에 대처하기 위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간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활용하고 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내부를 교란시켜 노동계의 총파업 투쟁을 약화 내지 무력화시키도록 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 안의 이른바 온건파를 중심으로 개인적인 신분보장등 당근을 주어 파업불참파를 조직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반면 강경파에 대해서는 야당의 파업선동등 이중적 행태를 규탄하면서 노총 강경파 지도부와 일부 야당 인맥의 결합 실태 폭로 등을 통해 친여파의 입지를 강화토록 하고 있다.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온건합리적인 전현직 간부들을 조직화하고 강경파에 대해서는 철저한 격리조치등을 취하고 각계 원로의 성명등을 동원토록 하고 있다. 한마디로 노동계를 대상으로 한 분열공작이며 정치공작이다.

청와대의 공작대상에서 언론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이 ‘노동법 개정안 처리방안’은 홍보전략과 관련, 언론대책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국익 수호 차원에서 감행된 노사 개혁과 정부안의 당위성을 적극 선전”하고 “총파업 감행에 따른 산업질서 교란과 경제활동 위축 심화 우려”를 부각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언론은 법안상정 직후 일단은 우호적 태도를 견지할 가능성이 높으나, 노사 양측 반발이 가시화될수록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강도높은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방송 토론회 형식보다는 개별 접촉 관리를 통한 리크(leak:정보 흘려주기) 또는 보도자료 제공형식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며 그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말할 나위 없이 여론조작을 위한 언론 공작 방안에 다름아니다.

정부가 정책 추진을 위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정부 정책 추진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힘쓰는 것 자체를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공작이 되고 여론조작이 될 때는 문제는 다르다. 그럴 경우 그것은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하는 것이며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조작’하는 것이다.

노동계와 자본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노동법 개정안과 관련, 자본측의 무리한 주문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대책다운 대책 마련도 없이 노동계와 정치권, 언론만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에서도 ‘공작’의 실태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민과 언론을 공작의 대상으로 삼는 정권이라면 본질적으로 군사독재정권과 차이가 없다.

이 정권이 아직도 ‘문민’이라는 수사를 내세우고 싶다면 이번 ‘노동계 분열공작’의 진상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관계자에게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정권의 공작대상의 하나인 언론 또한 시험대에 서기는 마찬가지다.

권력의 부도덕한 정치공작에 대한 준열한 비판 및 감시는 물론 노동법 개정안에 대한 균형있는 보도로 언론을 공작대상으로 삼는 권력의 비뚤어진 언론관을 바로잡아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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