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문조사는 그 대상이 대선후보군들을 지근거리에서 취재해온 정치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누구보다도 후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세세히 파악하고 있는데다가 정치권의 풍향에 대해 풍부하고 속깊은 정보를 갖고 있는 정치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그 결과 또한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선관련 설문조사 결과와는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그 좋은 본보기는 최근 실시된 <신동아>의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2천명을 상대로 한 조사. 단적으로 최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야권후보 단일화’ 가능성 여부에서도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정치부 기자들의 정서는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신동아>의 조사에서 일반 국민들은 18.4% 정도만이 야권후보의 단일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봐 지극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정치부 기자들은 이보다 훨씬 높은 50.0%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편차는 일반국민들의 경우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의 야권후보 단일화가 언제나 실패해왔다는 경험론에 기초하고 있는 반면, 정치부 기자들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조 및 연대의 정도에 대한 정보나 감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 후보군 가운데 이른바 대통령의 후보지정을 뜻하는 이른바 ‘김심’에 가장 근접한 후보등을 묻는 설문에 대해 정치부 기자들은 이홍구(34.6%)-김덕룡(19.6%)-이수성(13.1%) 순으로 지목한 반면 일반 국민들은 박찬종(28.7%)-이회창(20.6%)-이홍구(9.5%) 순으로 예측해 큰 편차를 보였다.

여기에서도 일반 국민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결국 김영삼대통령의 낙점을 받으리라는 ‘희망어린 관측’을 하고 있는 반면, 정치현장의 논리에 익숙해있는 정치부 기자들의 경우 예측가능한 여러가지 정치적 변수를 고려해 후보를 낙점할 것이며 현재의 대중적 지지는 주요변수가 못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설문에 따른 것은 아니지만 일반 국민들의 신한국당 후보군에 대한 지지도와 정치부기자들의 후보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다른 것도 또 하나의 사례다. <신동아>의 조사에서는 신한국당 박찬종 고문이 28.7%의 지지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회창 고문이 20.6%로 2위, 이홍구 대표가 9.5%로 3위를 차지했다. 이는 본지의 정치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력 후보 가능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이회창-이홍구-이수성 순)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박찬종고문의 경우 일반인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지지도에서 늘 수위를 달리고 있지만 정치부 기자들은 박고문의 후보 가능성(8.4%)에 대해서 지극히 비관적이다.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의 차이는 대중적 상징조작이나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1차적으로 걸러진 정보를 접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과 정치권을 직접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이 갖고 있는 정보의 양적, 질적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한편으로 정치부 기자들의 판단의 자료가 되고 있는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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