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독일의 본 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조선일보 김광현 기자가 독일 현지에서 체감한 한국 언론의 추태를 비판하는 글을 조선노보 12월13일자에 게재했다. 이 글을 요약 게재한다.

본에 7개월 가까이 살면서 우리 언론과 기자들에 대한 얘기를 적지 않게 듣는다. 모 기관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대학 후배는 어느날 한국기자들에 대한 불평을 이렇게 털어놨다. “출장러시를 이루는 국회의원, 공무원 수발 때문에 본업무는 제껴놓을 지경인데 기자들마저 출장방문해 코스 부킹해 달라, 공항 마중나와 달라니 죽겠습니다. 간단한 영어실력만 있어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모조리 해주길 원하니 미치겠습니다.” 그는 ‘기자XX들’이란 욕도 서슴지 않았다.

모 대기업 지사에 근무하는 한 친구는 파리를 거쳐 프랑크푸르트로 몰려온 한국기자 십수명의 단체 골프 부킹 요구로 어려움을 겪은 일을 들려주기도 했다. 회원이 아니면 부킹이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무려 3∼4개팀이 부킹을 요구하는 바람에 혼줄이 났다는 것이다. 유럽식의 무미건조한 술자리에 만족하지 못해 한국식의 2, 3차와 여자들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얘기는 이제 여기선 새로운 것이 못된다.

국내 모업종의 사장들이 유럽 출장을 오면서 모 신문사 기자 한 사람을 대동했는데 이 기자는 매일 밤같이 진한(?) 술집으로 가자며 들볶았다. 견디다 못한 사장들이 몇 백 달러씩 돈을 거둬 수 천 달러의 거금을 이 기자에게 바쳤다. 현장을 목격한 한 교민은 “그 친구, 현장에서 봉투를 열어보고 대충 세어보기까지 하더라”며 “정말 기가 찼다”고 전했다.

물론 기자들보다 정도가 더 심한 공무원, 국회의원, 판·검사들도 있었지만 비난의 화살은 기자와 언론 쪽으로 더 많이 몰렸다. “기자가 뭔데 폼을 재려 하느냐” “기자들까지 그럴 수 있느냐” “제대로 보도나 하면서 그러느냐”는 게 이곳의 시각이다.

민초들로부터 존경은 못받아도 욕은 먹지 말아야 될 것이 아닌가. 우리 품위는 우리 스스로가 하루 빨리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유럽 땅에서 새삼 느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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