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대통령선거 보도는 달라질 것인가. 이원락 충남대 강사(신문방송학·전한국일보 기자)는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원락씨는 지난 25∼27일에 전북 무주에서 열린 언론노련 간부수련회에서 ‘15대 대통령선거 보도와 언론노조의 대응’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무엇보다도 친여일변도적인 현상이 많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물론 기존 권력과 언론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여당 편향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전처럼 노골적으로 편들지는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론의 이같은 ‘완화된’ 보도태도의 원인으로 과거 선거와는 뚜렷이 구별되는 이번 선거의 특징을 꼽았다.

△시민의식의 발전으로 금품향응선거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북풍’도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정부기관과 자본가들의 노골적인 여당후보 편들기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당후보가 낙선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 점 등이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TV토론이 선거를 주도하고 △후보간 연대가 선거의 주요변수로 떠오를 가능성 등도 이번 선거를 틀지우는 주요 특징이라고 꼽았다.

그러나 이씨는 여당편들기가 다만 ‘약화됐을’ 뿐이지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 오히려 여당 편들기가 야당 편들기로 ‘재연’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이씨는 이번 대선보도의 쟁점을 크게 두가지로 요약했다. 공정성과 유용성이 그것이다. 굳이 단순화하자면 공정성은 후보들을 향한, 유용성은 국민들을 향한 개념이 될 것이다.

이씨는 대선보도의 첫째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의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전에는 공정성이 곧 친여 일변도의 탈피를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친야 보도로 공정성을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여당에 대한 보도태도만을 가지고 공정성을 재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이를 위해 공공성이 강조되는 방송은 중립을 지키되 사적으로 운영되는 신문은 자유롭게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서구 모델의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신문의 특정 후보 지지가 언론사의 이해관계에 따른 편향성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씨는 공정성이 대선보도의 쟁점의 중심에서 차지하는 무게가 줄어든다면 이제 유용성을 본격적으로 거론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책검증보도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마다 정책이나 이념상의 차이가 거의 없고 표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이라면 너도나도 공약으로 채택하는 우리의 선거 현실에서 정책검증보도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탐사보도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후보들의 정책을 소개하고 실현가능성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일관성을 점검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탐사보도는 정책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후보들의 개인적인 자질은 물론이고 선거 때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금품살포, 향응제공, 관권개입 등의 현상에 대해서도 철저히 추적해 뿌리뽑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대선보도의 유용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TV토론의 적극 활용을 제시했다. 후보들의 자질이 아니라 이미지가 부각되고, 후보들의 능력이 아니라 연기력이 강조되는 게 지금까지의 TV토론의 실상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TV토론은 유권자에게 유용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최선의 매개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노하우’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언론은 어떻게 특정후보를 지지하나

이원락씨가 분석한 언론의 편들기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인 노골적인 편들기에서부터 여론조사의 활용에 이르기까지 그 방법은 다양하다.

특정후보의 장점과 다른 후보의 단점을 대비시키는 ‘노골적 편들기’가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라면 ‘쟁점화와 비쟁점화’방법은 ‘세미 클래식’에 해당한다. 특정 후보에 불리한 사안은 될 수 있는대로 작게 보도해 사소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이게 하고, 다른 후보에 불리한 사안은 크게 보도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에 비해 ‘여론조사의 활용’은 ‘신제품’에 해당한다. 여론조사를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게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하거나, 결과가 특정후보에게 불리하면 발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여론조사 자체를 조작하지 않더라도 결과의 발표 여부와 발표 시기, 그리고 기사의 방향 등으로 영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게 이씨의 진단이다.

이밖에 제목을 편향되게 뽑는 방법, 카메라 앵글을 편향되게 잡는 방법 등도 이씨가 지적하는 편들기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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