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골’ ‘눈부신 득점력’ ‘밤 새운 열기’ ‘승리의 주역’ ‘전국이 열광’ ‘모두가 하나’ ‘승리염원 잠실벌’ ‘본선 진출 유력’ ‘일본 침통’(KBS).

‘또 이겼다’ ‘3:0 완승’ ‘관중 모두 붉은 악마’ ‘환상의 왼발 슛’ ‘용병술의 승리’ ‘끈질긴 정신력’ ‘잘했다 신난다’ ‘일-카자흐 무승부’(MBC).

이 기사들은 스포츠 뉴스의 제목이 아니다. 10월 4일 열린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한국-아랍에미리트(UAE)전을 보도한 KBS, MBC 9시뉴스 머릿기사와 헤드블럭(head block·뉴스를 보도 순서에 따라 구분할 때 앞부분)에 포함된 기사들이다. 한국-아랍에미리트전의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KBS는 무려 9꼭지를 할애했다. 한-일전 때 축구보도로 채우다시피했던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절제’의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8꼭지를 내보냈다.

다음 날인 5일도 양사의 뉴스는 스포츠 뉴스와 분간이 가지 않는 보도양태를 보였다. KBS는 4번째 꼭지부터 ‘실리 축구로 이겼다’ ‘승리수훈 3인방’ ‘원정경기 방심 금물’ ‘감독 전격 경질’ 등 4꼭지를 내보냈고 MBC는 머릿기사부터 ‘열광의 순간들’ ‘전승으로 본선간다’ ‘온몸 던져 막았다’ ‘밖에서 뛴 선수들’ ‘감독전격 교체’ 등 5꼭지를 보도했다. 양사는 이틀에 걸쳐 각각 13꼭지의 기사를 내보낸 셈이다.

양사는 3대0의 완승에 환호성을 울리는 국민적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이같은 보도량을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태도는 국민적 분위기에 편승한 선정주의, 상업주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양 방송사는 한국-아랍에미리트전 기사를 일부러 늘여서 보도한 흔적마저 발견된다.

KBS는 4일 뉴스에서 응원전 내용을 3꼭지로 나눠 보도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관람객 표정, TV 앞에 모인 전국 각 지역 시청자 스케치, 응원단 ‘붉은 악마’와 관중들의 관람태도 등을 별도의 꼭지로 처리했다.

KBS는 이번 경기를 승리로 이끌게 된 원인에 대해 비슷한 내용으로 4일과 5일 두 차례나 되풀이해 보도했다. 헬리콥터를 이용한 경기장 스케치도 별도 꼭지로 처리됐다.

MBC 역시 ‘붉은 악마’와 관중의 응원 장면, TV를 시청하는 모습 스케치를 별도 기사로 다뤘다. 또 골키퍼 김병지의 수훈을 평가하는 기사를 4일에 이어 5일에도 연속보도했다. MBC는 9월28, 29일 한-일전 축구도 각각 10꼭지, 6꼭지나 보도해 빈축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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