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는 언론계 또한 온통 우울한 소식들이다. 의례적인 덕담마저 건네기가 쉽지 않다. 국가가 부도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우리 사회 어느 한곳인들 예외일 수 없지만 언론계에 몰아치고 있는 IMF 한파는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과연 98년 한해를 마감하면서 우리 언론의 지형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는 예측 불허이다. 분명한 것은 언론계 종사자 모두에게 참으로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그 해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이같은 물음에 응답해야만 한다. 그것은 비단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생활인으로서도 피해갈 수 없는 물음이지만 우리 사회의 안내자 역할을 자임해야 할 언론인으로서 회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길은 개혁의 길일 수밖에 없다. 언론들이 앞다투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누적된 ‘거품’과 적폐를 청산하고 구조 개혁을 이루는 것이다. 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더이상 비합리적이고 부도덕한 ‘생존’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언론개혁의 주체를 굳건히 세우는 일이다. 언론노련이나 기자협회등 언론단체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하는, 언론개혁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역설의 패러다임을 운위하기 이전에 오늘의 위기를 내일의 기회로 만들자면 무엇보다 언론개혁의 주체를 제대로 꾸려내야 한다.

언론개혁의 중심을 세워내는 일과 함께 중요한 것은 일선 언론인들의 각성이다. 패권주의나 생존논리를 앞세운 재벌언론과 족벌언론의 빗나간 자사이기주의에 일선 언론인들마저 매몰돼서는 우리 언론의 앞날은 없다. 최선을 다하고도 부도를 낼 수밖에 없는 일반 기업에 대한 사회적 동정은 있어도 부도위기에 몰린 언론사들에 대해서는 일말의 동정도 찾아보기 어렵다.

공익에 기여하기 보다는 언론을 권력의 도구로 전락시킨 언론사주와 경영진을 탓하기 이전에 언론과 언론인 모두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얼마나 뿌리깊은 것인지를 뼈아프게 자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알게 모르게 특권의식에 젖어있는 것은 아닌지도 자성해보아야 한다.

언론개혁의 중심을 제대로 세우고 일선 언론인들이 앞장서 언론개혁의 길을 열어 나가지 못한다면 정권교체라는 정치환경의 변화와 IMF관리체제라는 위기를 통해 찾아온 언론개혁의 기회는 무산되고 말 것이다. 수많은 언론종사자들의 희생을 대가로 오히려 지금도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몇몇 재벌언론과 족벌언론의 왜곡된 영향력만 더욱 키우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언론개혁 못지않게 올 한해는 어느때보다 언론인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어려움을 함께하는 따뜻한 ‘나눔의 정’이 요구된다. 우리 사회가 구조개혁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듯이 언론개혁 또한 언론인 서로가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연대와 신뢰의 바탕위에서 보다 진정한 개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시절, 함께 이 난관을 헤쳐나가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