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방송3사 광고 판매율 80%대로 ‘곤두박질’
민방-CATV 경영난으로 ‘부도도미노’우려
김현철, YTN 인사개입…인맥파악은 실패


방송사 총파업, 김현철씨의 방송사 인사 개입 파문, 긴축예산 편성, 미디어 정치, IMF 한파…
97년 한해 동안 방송계를 휘돌아친 ‘이슈’들이다. 그만큼 97년 방송계는 많은 화제와 논란거리로 부산한 한해를 보냈다.

방송계에는 새해 벽두부터 대형 사건이 잇따랐다.

연초 13일 동안이나 지속된 방송 4개사 노조의 연대 파업은 당시 소강상태를 맞은 안기부법 노동법 날치기 무효화를 위한 노동계 총파업에 활력을 불어 넣었으며 언론노조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뒤이은 김영삼대통령 차남 현철씨의 YTN 인사 개입 파문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방송계내 김현철 인맥의 윤곽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이의 청산을 요구하는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KBS, MBC 등 주요 방송사 경영진의 인사에 김현철씨의 개입 의혹이 제기됐으나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됨으로써 실체 규명에는 이르지 못했다. 방송계 김현철 인맥 청산은 미제로 남은 것이다.

60여일에 걸친 EBS 노조의 장기 파업 또한 방송계의 주요 사건으로 기록된다. 외형상으로는 임단협 결렬이 원인이었지만 그 이면엔 한계점에 이른 정부의 왜곡된 교육방송 정책에 대한 EBS 노동자들의 불만이 내재해 있었다. EBS 파업 사태는 독립 공사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여전히 남을 불씨이다.

EBS와 불교방송(BBS) 고위 간부들이 뇌물 수수 또는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는가하면 KBS ‘6시 내고향’ 제작 관련자들이 금품 수수, 향응 등의 혐의로 특별 감사를 받는 등 방송계 인사들의 이권 개입 시비 또한 잇따랐다.

경영면에선 올 한해 대기업들의 잇따른 부도와 경기불황에 따른 광고 수주 격감으로 방송사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해야 했다.

예년의 경우 10% 이상씩 흑자 기조를 유지하던 각 방송사는 지난 3월 긴축예산 체제로 돌아서야 했다. 지난해 말부터 하향곡선을 긋던 광고 수주가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방송 3사의 광고판매율이 지난 9월 84.8%를 기록해 상승 국면을 맞았으나 그 신장세는 둔화 현상을 보였다. 예년의 경우 연말 광고판매율은 90%를 넘어서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1월 현재 방송 3사의 총 광고매출액은 1조7천8백9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백50억원 가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의 경우 ‘완전 매진’ 사례를 보였던 것과 달리 광고 판매율이 8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방송사들은 경비 절감을 위해 외부 제작과 인력을 축소하는 한편, 신문사에서나 볼 수 있던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갖는 등 부산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방송사들은 그러나 IMF 한파로 인해 또 다른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환율 폭등에 대처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을 초긴축 편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이같은 광고 불황과 IMF 한파는 케이블TV 업계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가뜩이나 경영난 등으로 부도 업체가 속출한 한해였으며 감원바람이 몰아쳤다.

11월말께 (주)선경이 인수한 교육전문채널인 마이TV(채널 44)와 성원그룹과의 매각 협상을 벌인 다솜방송(채널 26)이 최근 감원을 단행했다. 인수 협상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G-TV(채널 35)는 자금난으로 11월 사원 급여를 1주일 가량 늦게 지불했다.

기독교방송(채널 42)은 지난 2일 기구 통폐합을 단행함에 따라 34명을 정리해고했다. 매일경제TV(채널 20)와 현대방송(채널 19)도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방송은 내년도 예산을 30% 긴축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TV는 현재 총 시청가구가 2백50만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실제 유료시청가구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82만에 머물고 있는 상태이다. 내년엔 케이블 TV 업계의 ‘부도 도미노’가 우려된다.

2차 지역민방 역시 일부 방송국이 개국 일정을 한달 가까이 연기하는 등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다. 또한 인천방송을 제외한 울산, 청주, 전주방송의 자체 제작률이 22%를 밑돌고 그외 프로그램을 SBS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은 1차 민방 때와 마찬가지로 ‘SBS의 지방네트웍’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광고 불황은 KBS, MBC 등 전국망 방송보다 오히려 지역민방쪽의 체감지수가 높았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1차 지역민방의 경우 올해 상반기 광고판매액은 3백97억여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0억여원이 줄어들었다. 광고판매율 역시 50%대로 떨어졌다.

보도 제작 부문에서는 주요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한 편파 시비가 끊이지 않았으며 예년과 다름없는 시청률 경쟁이 재현됐다.

한보 부도 사태, 김현철씨 국정 농단 등 대형 사건이 터질때 마다 방송사들은 비껴가기나 축소보도로 일관, KBS와 MBS 기자들이 각각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하기도 했다.

특히 편파, 축소 보도 논란은 대선 시기에 절정을 이뤘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사건, 김대중후
보 친인척 계좌 추적 파문 등 주요 쟁점이 부각될 때 특정 후보에 유리한 방향으로 보도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편파 시비로 인해 KBS에선 보도본부장 등 간부가 공정보도위원회에서 집단적으로 서면경고를 받기도 했다.

각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은 ‘점입가경’이었다. SBS가 봄 개편에 즈음해 8시 뉴스를 9시로 바꿨다가 다시 8시로 되돌려 놓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으며, MBC는 지난 6월 부임한 지 석달이 채 안된 편성국장을 전격 경질했다. 시청률 경쟁은 뉴스의 연성화로 이어져 지난 5월 부터 각 방송사들이 뉴스시간에 동물관련 아이템을 쏟아 놓아 “방송 뉴스가 동물의 왕국이냐”는 비난을 사기도 했으며 해외토픽감 뉴스를 특파원까지 동원해 취재 보도했다.

외화 낭비로 빈축을 샀던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과 박찬호 등판 경기 등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사들의 과열 경쟁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방송은 KBS 일요스페셜의 ‘지금 북한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처럼 조선(북한) 식량난의 충격적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려 동포돕기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공헌한 측면도 있다.
김동원 기자

신 문

경기침체 영향 광고판매 급락 ‘아우성’
부실사 중심 명예퇴직-정리해고 강타
특정후보 편들기로 공정성 시비 재연


‘불황’과 역사적인 ‘대통령 선거’ 양축을 중심으로 올 한해 신문업계는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연초부터 이어진 경제불황이 국가를 위기로까지 몰고간 IMF한파로 파급되자, 그칠출 모르고 증명경쟁에 나섰던 신문업계도 위기국면에 빠져들었다.

경기침체로 신문업계의 주수입원인 광고시장이 위축됐다. 올초 대기업들이 앞다퉈 광고예산 삭감을 단행, 신문업계를 강타했다. 특히 잇단 기업 부도사태로 국가부도 사태 직전으로까지 몰리는 등 경제상황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은행 대출도 어려워져 차입경영으로 지탱해오던 일부 신문사들은 말 그대로 ‘위기 상황’을 맞았다.
이러한 여파는 신문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쳤다.

신문업계는 명예퇴직제를 확대실시하고 정리해고까지 도입, 대량 감원에 나섰다.

우선 서울신문은 2월과 10월 일부 부서를 폐지하고 2백여명을 명퇴시켰다. 더나가 명퇴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장실 심의팀 신동식 국장을 정리해고시켜 언론사 최초의 정리해고 단행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세계일보도 출판국을 폐지시켜 대량 감원을 단행했다. 세계는 또 부당전직에 반발, 노조를 재건한 조대기 노조위원장 등 집행부 3인을 해고시켰다.

경향신문은 계약직 사원들의 대량 계약해지, 기자 포함 사원들의 전직, 희망퇴직 등을 실시한 후 결국 기자 8명을 포함, 전체 10명을 정리해고시켜 노조의 파업을 불렀다. 언론사 최초의 대량 정리해고를 낳은 경향 사태는 한때 극단적 상황까지 예상됐으나 노조가 파업철회로 방향을 틀어 일단락됐다.

지방지들도 감원등의 조치가 잇따랐다. 광주매일은 지난 4일 사원 25명을 희망퇴직 처리한 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편집국 기자 6명을 정리해고했다가 노조와 당사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기도 했다. 국제신문도 7월 편집국 기자 4명을 마케팅본부로 전직시켜 물의를 빚었다. 대전일보의 경우 경영난을 이유로 상여금 4백50%를 체납하기도 했다.

상황논리를 앞세운 신문사들의 감원바람에 그나마 제동을 걸고나선 곳은 지방노동위원회 등 행정기관이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서울신문과 국제신문, 세계일보의 각 경우에 대해 사측의 해고 및 전직이 부당했다며 원직복귀 판결을 내렸다. 서울과 세계의 경우는 중노위에서도 ‘부당 결정’이 내려졌다.

올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대선보도 과정에서 신문들은 또 한번 ‘공정보도’ 시비에 휘말려 들었다.
선거를 하루 앞둔 17일, 정치부 정당 출입기자 1백9명이 특정 언론사를 거명하면서 공정보도를 다짐하는 성명을 내는 예년에 없던 상황까지 벌어져 언론계에 불명예로 기록되게 됐다.

이에 앞서 중앙일보에서 작성된 ‘이회창 경선전략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 파문은 중앙일보가 이회창 후보를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편파보도 시비가 잇단 가운데 국민신당이 급기야 조선일보 발송장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면서 인쇄된 신문 뭉치를 불태우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신문에 대한 변화요구는 이밖에도 적지 않다. 정간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25% 미만까지 외국인 투자가 가능해져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 중앙일보의 경우 내년부터 전사원에 대해 연봉제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신문사 고용구조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연말 신문업계의 분위기는 “98년 새해가 두렵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아직은 대선광고, 대학광고, 취업광고 등 그나마의 ‘광고특수’가 어려운 경영여건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인 광고한파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또 재벌언론의 경우 IMF 협상 결과 계열사간 지급보증 한도 축소, 연결 제무재표 작성 등이 적용될 경우 지금까지의 경영에 일대 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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