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 당선자의 노동정책 기조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합리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재벌체제 개혁, 중소기업 육성등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이룸으로써 합리적 노사관계의 기초를 다지고 이에 기반해 노사관계를 합리적 관계로 재편하겠다는 것.

국민회의의 노동관련 공약은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 등 노동계에 전향적인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어 노동계는 역대 정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향유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 국민회의측은 ILO협약을 단계적으로 비준, 노동관계법을 국제수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교조의 합법화 문제에 대해선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통합운영을 통해 보험의 실효성을 높이고 각종 사회보험 운영기구에 노사 대표 참여의 폭을 넓히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노동계의 현안이 됐던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에 대해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개정, 노조의 실질적인 정치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개정 노동법에서 2002년부터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 역시 노사자율에 맡기겠다고 제시했을 뿐 아니라 한국형 경영참가 모형을 개발하는 등 경영참가제도를 보완하고 종업원지주제 등의 확산을 통해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공약들이 실현된다면 노동계는 전례없는 ‘봄’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실현가능성.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끝났던 전례는 차치하더라도 IMF라는 장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6개월간 정리해고 금지’ ‘일자리 1백만개 창출’ 등을 제시했다. 또 실업대책과 관련, 노동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노사정 대표가 참여하는 국무총리 산하 ‘고용안정특별위원회’의 운영을 약속했다. 또한 ‘정리해고 요건’을 엄격히 하고 정년을 직종에 따라 상향조정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지난 22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 재무차관과의 회의에서 ‘정리해고’를 부분적으로 수용할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같은 고용안정 공약은 이미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향적인 노동관계 정립의 최대 걸림돌인 재벌 처리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전향적인 내용들이 있지만 새 정부가 이에 반발하는 재벌들의 영향력을 제어할 수 있을지 그 여부에 따라 실효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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