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정치세력화’는 또다시 실패로 끝난 것인가. 민주노총, 전국연합 등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단체들의 조직적인 참여에도 불구하고 ‘국민승리21’은 ‘득표수 30만6천23표, 득표율 1.2%’란 저조한 선거결과를 남겼다.

“표수 자체는 실망스럽다. 그러나 패배는 아니다. 합리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가장 큰 목표였던 고용안정 문제가 크게 반영된 선거였으며 진보정당과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새로운 사회 건설의 시작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

19일 오전 10시 여의도 전철역에서 낙선사례를 마치고 ‘국민승리21’ 사무실로 돌아온 권영길 후보는 선거결과에 대해 애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국민승리21’의 조직을 유지하고 진보정당 건설 운동을 계속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민승리21 관계자들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여건들이 구축됐다는 평가인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60여개 지역본부를 포함, 전국 2백20여개 연락사무소가 조직돼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세력화 전술을 두고 좌우로 분열돼 있던 진보진영 내부의 단결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곁들이고 있다.

특히 울산, 거제, 평택, 인천등의 노동자 밀집 선거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도 노동계의 정치세력화를 밝게 해주는 ‘희망지표’로 평가하고 있다.

김대중후보의 당선도 향후 진보진영의 운신의 폭을 넓혀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정치적 성장에 최대걸림돌이었던 ‘DJ와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 심리’에서 이제는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승리21의 한 관계자는 “DJ정권의 추이에 따라 보수정치의 한계가 드러날 것이고 이는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절감케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국민승리21’의 조직적 성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승리21’의 틀을 유지·발전시켜 나가자는 ‘국민승리21’의 내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전국연합 등이 향후 ‘국민승리21’의 발전경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승리21’의 하부조직인 지역본부와 연락사무소가 민주노총·전국연합 등의 지역조직과 사실상 중첩구성돼 조직과 자금 등의 측면에서 선거후 별도의 정치활동을 벌여나가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국민승리21’이 정치조직으로 일상활동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재야 시민단체의 재편과 통합이 불가피하다.

국민승리21은 내년 지방자치제 선거를 정치세력화의 제2발판으로 설정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연합, 진보정치연합, 노동정치연대 등 국민승리21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조직들이 진보정당 건설을 통한 정치세력화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어 어떤식으로든 ‘재도전’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참여의 폭과 추진력이 어느 정도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득표율 1.2%’라는 키워드를 희망의 신호로 보느냐, 한계의 신호로 보느냐가 그 관건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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