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으로 인한 감원바람이 여지없이 언론계에도 불어닥치고 있는 가운데 언론사 계약직 노동자들은 해고 0순위로 지목되며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사노조는 조합원들에 대한 고용안정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어떤 보호막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몇해전부터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계속 숫자를 늘려온 계약직노동자, 언론사노조에게는 무거운 짐이 아닐 수 없다.

지난 4월 서울신문의 한 계약직 노동자가 서울민사지법에 노조를 상대로 조합원 지위확인소송을 낸적이 있었다. 서울신문이 계약직 사원들의 계약을 해지한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교열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김모씨가 조합가입을 신청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같은 소송을 내게 됐던 것.

김씨는 노조에 가입하고 조합원 자격을 얻으면 아무런 항변조차 못하고 해고당하는 신세는 면할 것이란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결국 회사로부터 계약해지통보를 받았고, 조합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를 취하했다.

최근 정리해고로 언론계에 충격을 던졌던 경향신문의 경우도 정규직 10명에 대한 정리해고와 함께 30여명에 이르는 계약직 노동자의 계약해지가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다. 노조도 조합원 보호라는 ‘발등의 불’도 제대로 끄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약직의 고용문제까지 챙길 여력이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오히려 ‘경영상의 불가피한 이유로 정리해고할 경우 비정규직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며 계약직을 정규직 조합원의 방패막이로 내세워야 할 실정이었다.

이같이 언론사 노조들은 하나같이 언론사의 경영악화로 정규직을 정리해고하는 마당에 계약직의 고용문제를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조합 가입에도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이다. 고용문제가 제기됐을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마찰은 노조의 분열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계약직노동자의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한편으로 언론사는 계약직 등 비정규직을 계속 늘려가는 추세이다. 최근 들어서는 대부분의 신문사에서 교열, 수송, 발송부 등 일부부서를 폐지하며 계약직 또는 용역직으로 재고용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계약직의 경우 노조와의 마찰을 빚지 않고 계약을 해지하는 것만으로도 고용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같이 비조합원으로 남아있는 계약직 노동자들의 증가는 그렇지 않아도 약화된 노조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또 계약직 노동자들의 처우악화가 곧 정규직 조합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어서 당장 이들의 조합가입을 허용하는 것이 많은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있다고 한다면, 언론사노조가 단체교섭 과정등을 통해서라도 이들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에 보다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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