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립 50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짐에 따라 언론도 이번 기회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특히 새로 들어설 김대중 정부는 언론을 통제해오던 공보처를 폐지할 계획이어서 새로운 언론질서가 다져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언론단체들도 참언론의 틀을 짤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기를 새정부에 바라고 있다.

언론단체

언노련, 기자협회, 신문협회등 각 언론단체는 여야간 정권교체가 실질적인 언론개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언노련과 기자협회, PD협회는 언론개혁정책위원회를 통해 이미 ‘언론개혁 10대 과제’를 공표, 새정부가 이를 시행할 것을 건의했다. 이 속에는 방송위원회의 독립과 공영방송사 사장선임제도의 개선, 연합통신·서울신문 등의 독립성 보장, 강제해직 언론인의 명예회복 등이 포함돼 있다.

이형모 언노련위원장은 “언론개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벌의 언론참여를 제한하고 계열사, 친인척의 특수관계를 포함한 소유지분 한도를 규정해 재벌신문과 족벌신문 체제의 소유구조 집중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케이블TV, 위성방송, 디지털방송 등 정부의 방송정책 전반도 면밀한 검토속에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권은 장기적으로 남북간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데 기여하는 언론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견인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영진 기자협회 회장은 “언론의 용비어천가식 찬가 속에 언론개혁 의지를 잊고 매몰되어서는 안된다”며 “그럴 경우 결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는 충고로 기대를 대신했다. 남회장은 칭송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 언론의 진정한 속성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속성을 정확하게 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해랑 PD연합회장은 “정권교체를 계기로 물량경쟁위주의 방송정책이 프로그램의 질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회장은 “앞으로 방송사의 경영진은 현장 중심의 마인드와 21세기 방송철학을 겸비한 사람이 맡아야 할 것이다. 또 국민주방송 설립 및 운영을 위해 새정부가 법제정을 통해 방송사의 초과이익금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병욱 신문·방송 편집인협회회장은 “과거 언론의 자유를 주장했다면, 이젠 책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회장은 이와 관련해 “언론의 자유와 책임 문제에 있어 공보처는 별개의 주변여건일 뿐”이라며 “과거에 비해 공보처도 차츰 변화하고 있는 만큼 굳이 폐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국민회의의 공보처 폐지 입장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최중근 방송위원회 기획국장은 “우선 통합방송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국민회의측의 당론대로 통합 방송법이 통과될 경우 방송위원회 위상 강화를 위한 기구 통합, 인원 확충 등의 후속 조치들이 뒤따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언론학계

성균관대 이효성 교수(신문방송학과)는 법 제도적 개혁 뿐 아니라 언론 내부의 개혁 노력을 지적했다. 한마디로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권언유착의 전형으로 개혁의 걸림돌이 돼 온 언론인들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이와 함께 편집권 독립을 위한 정간법 개정,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독과점 제한, 방송사 이사회 구성 방식 개선 등을 주요한 개혁 과제로 꼽았다.

이교수는 또 과거 청산 문제와 관련해 전과 기록 말소 등 상징적인 수준이라도 반드시 해직 언론인들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대 채백교수(신문방송학과)는 신문업계의 체질 개선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채교수는 “최근 신문업계도 위기의식을 느끼는 분위기이지만 시장 속에서 정당한 경쟁과정을 거쳐 위상을 찾으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신문 업계의 체질개선을 위해 새정부가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채교수는 또 “새정부가 공보처 폐지, 방송위 강화 등 공약을 제대로 실행에 옮긴다면 언론개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대 유한호교수(신문방송학)는 “공보처 같은 기구가 21세기에도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수치”라며 “새정부가 언론 정책의 기본 방향을 설정한 뒤 빠른 속도로 개혁을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교수는 이같은 새정부의 언론 개혁 작업을 촉진하기 위해 언론3단체로 구성된 언론개혁정책위원회나 언론학계에서 꾸준히 실천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

시민사회단체들도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민우회 이경숙 대표는 “무엇보다 인사가 중요한 만큼 방송사의 인사를 좌우하는 방송위원회, KBS이사회, MBC방송문화진흥회 등의 위원 및 이사 구성에 시청자단체와 각 방송사 노조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보장해 정치적 독립 보장은
물론 시청자와 방송 현업자들의 의견이 방송사 운영에 반영되는 구조를 강구해야 할 것”이며 “또한 이번 선거에서도 재벌언론과 언론재벌의 폐해가 드러난 만큼 언론사와 재벌에게 위성방송사업권을 허가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기중 변호사는 “재벌이나 한 집안이 공익적 성격의 언론사를 좌우하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며 “소유구조의 강력한 개편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기간행물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의 김기식 정책실장은 내부 자정 운동이 나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세무조사 등 외부에서 강제되는 언론개혁은 언론의 속성상 올바르지 않다”며 “외부의 힘에 의한 개혁에 앞서 기자들 스스로가 내부자정운동을 통해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신문사의 광고의존율이 높은 것 역시 편집권 독립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재벌언론의 내부거래를 지속적으로 규제해 나가는 동시에 광고수익의 비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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