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에도 거센 폭풍이 불어 닥칠까.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당연히 제기되는 질문이다. 현재로선 어디서 어떤 바람이 불어올지 속단하기 힘들다. 신문 보단 방송에서, 그 가운데서도 서울신문·연합통신 등이 가장 큰 폭의 변화를 맞게될 전망이다.

국민회의 한 관계자는 “공약으로 내건 이상의 프로그램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단은 신중한 모습이다. 집권 초기 언론의 협조가 절실한데다 언론문제의 해법이 워낙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속에서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평소 언론관, 그리고 김 당선자 측근들의 역정 등을 감안할 때 김대중 정부 아래서 언론은 거센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언론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언론산업은 IMF체제로 인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김대중 시대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기반으로 개혁을 추진할 것이다. 그는 언론에 의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따라서 그는 이미 권력화된 언론의 속성을 간파하고 있으며 정치 행위 과정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벌써부터 이같은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김대중 당선자가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온후 일부 언론이 지나치게 자신을 미화하고 있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표명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다른 집권자들과는 분명히 다른 대목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취재환경은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공식적인 취재 보단 유무형의 ‘거래’가 횡행하던 취재 관행은 더 이상 설자리를 잃을 것이다.

물론 거대 권력으로 돌변한 ‘언론재벌’과 ‘재벌언론’에 대해 곧바로 개혁의 칼날을 들이대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언론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킬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인 자정이 지금까지 없었다. 언론계도 이제 내부적인 자정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부 기자들은 아직까지 적극적이진 않지만 조심스럽게 ‘과거 청산’을 얘기하고 있다.

신문업계의 변화가 안개속이라면 방송업계의 변화는 다분히 구체적이고 현재진행형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정권교체가 ‘만년여당’ 체질의 방송계에 미칠 영향은 가히 혁명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KBS·MBC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방식이다. 국민회의는 사실상 대통령에게 있었던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권을 방송위원회 추천 이사들에게 돌린다는 당론을 수차례 밝혀왔다.

물론 한나라당과의 협상 등 국회통과 절차를 거쳐야겠지만 김 당선자측 입장에서 보면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한나라당의 동의는 어렵지 않게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장 선임방식의 변화는 방송계 내부인사에까지 파급될 전망이다. 방송계 요직은 5, 6공과 김영삼 정부를 거치는 동안 TK와 PK 일색으로 굳어져 왔다. 이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의 공정보도 요구도 과거보다 더 큰 무게감을 갖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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