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대대적인 내부조사를 거쳐 ‘이회창 경선전략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란 내부 문건 유출자로 ‘윈’부 고모 차장을 지목하고 상벌위원회에 회부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유출자로 지목된 당사자가 결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데다 회사측에서 제시한 정황증거 가운데 가장 유력한 내용인 출력 시점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져 ‘표적징계’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전육 편집국장은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고모 차장에게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은채 이를 기정사실화해 공표하는 등 ‘희생양’ 만들기에 급급해 ‘마녀 사냥’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중앙일보 전육 편집국장은 지난 18일 편집회의에서 “내부 조사를 통해 문제가 됐던 정보보고 문건 유출자가 ‘윈’부 고 차장으로 확인됐다”며 “문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 국장은 이날 “모두 10가지의 증거가 있다”며 “편집국 휴무일인 지난 11월 22일 정치부 ID로 문제의 문건을 출력한 의혹이 있을 뿐 아니라 구내 전화와 핸드폰, 무선호출기의 수신지를 확인한 결과 이날 국민회의 정동영대변인과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고 필적 감정 결과 제보편지 필적이 고 차장의 것과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와 관련 지난 19일 오후 5시 임시 상벌위원회(위원장 송필호 상무)를 열고 고차장의 소명을 들었다.

고 차장은 회사측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고차장은 22일 열린 ‘윈’부 편집회의에서 “11월 22일 출근해 정보를 검색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관례적인 검색에 지나지 않았으며, 정동영대변인과의 통화도 전주고 동기동창으로 평소 친분이 있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고차장은 또 “필적감정의 경우 회사측이 감정기관조차 밝히지 않아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면서 자신이 문건 유출자라는 회사측의 주장을 강력 부인했다.

고차장은 “확실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기자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명예를 훼손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회사측이 가장 유력한 정황증거로 제시한 ‘11월 22일 출력’은 본지가 입수한 제보 문건 검토 결과 7월에 출력된 것으로 밝혀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는 두차례에 걸쳐 문제의 문건을 우편으로 우송받았으며, 이 중 한 문건에는 출력 일자와 시분이 기록돼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11월 27일 내부 문건이 국민신당과 일부 언론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자 사내 기자들을 상대로 사내 전화, 핸드폰, 무선호출기 등의 통화 일지와 컴퓨터 출력 일시 등에 관한 자체 조사 작업을 벌여 왔다. 이와 함께 문제의 문건을 검색한 30여명에 대한 내사를 진행했다.

한편 이 과정에서 회사측은 일부 호남 출신 기자들을 유력한 ‘혐의자’로 지목, 내사를 벌였을 뿐 아니라 전육 국장이 평소 호남 출신 기자들을 겨냥, 비상식적 발언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전국장을 비롯한 간부진이 선입견에 기초해 ‘표적 내사·징계’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 송필호 상무는 “고 차장도 유력한 혐의자 중의 하나이며 내부 문건 유출자에 대한 색출 작업이 끝나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한후 “특정 지역 출신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회사 인사의 기본 방침이고 실제로 출신 지역 문제로 곤란을 겪은 사람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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