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수합병시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는 특약이 있을지라도 정리해고는 부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내려졌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9일 삼미종합특수강 노동자 2백1명이 포철의 자회사인 창원종합특수강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에 대해 “창원특수강이 삼미특수강 2개 공장을 인수한 것은 자산매매형식을 취했지만 물적자산뿐만 아니라 특허권 등 자산일체를 포괄적으로 양수받았고 양수후에도 동일 제품이 동일한 방법으로 생산되고 있기에 고용승계 의무가 있는 영업양도로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노위는 또한 “삼미노동자들은 신규입사 형태로 전직하며 미채용된 자는 여전히 삼미특수강에서 계속 고용한다는 특약의 내용이 사실상 고용배제를 명시했지만 이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정당한 해고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중노위의 결정은 창원특수강의 삼미특수강 인수합병은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영업양도’로 보아야 하며, 영업양도시 특약에 의해 해고를 할 경우에도 정당한 해고의 사유 즉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사용자의 해고 회피를 위한 상당한 노력’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해고 대상 선정’ ‘노동조합과 성실협의’ 등 4가지의 정당한 해고사유를 갖추어야 하는데 이를 갖추지 못했기에
고용승계의 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례 역시 ‘영업양도’인지 ‘정당한 해고사유’가 있는지 그 여부에 따라 인수합병시 고용승계 의무의 유무를 판단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중노위의 결정은 법원 판정의 기본틀에서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다만 창원특수강에서 이같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 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낼 경우 법원이 두가지 준거에 대한 어떤 법리적 판단을 내릴지는 불투명하다.

그간 대법원의 판례가 기업의 인수합병시 벌어졌던 ‘영업양도’ 논란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내렸기 때
문이다. 지난 95년 대법원은 소속종업원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등 채무를 청산하기로 하고 일체의 물적 시설을 이전 받은 후 신규채용형식으로 새로이 고용한 경우 고용승계 의무가 있는 영업양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같은해 다른 판결에선 영업양도 당사자 사이에 근로관계 일부를 승계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특약이 있는 경우 특약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해고와 다름없어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으며 지난 91년에는 ‘명시적으로 영업양도 합의가 없었더라도 동일내용의 영업활동을 할 경우 고용관계는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는 판결을 내려 인수합병된 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양수기업의 해고남용에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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