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잇달아 인원감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용역직 노동자들이 그 첫 희생자들이 되고 있다.

용역·계약직 노동자들은 작업장 내에서도 3D업종이라고 불리는 일들을 감당하면서도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더 많은 노동시간에 시달리는데다 60~70% 수준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까지 떠맡아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회사들이 잇달아 생산라인을 줄이면서 이 업종 용역·계약직 노동자들의 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57개 사내 용역업체(용역·계약직 노동자 3천3백87명)에 대해 12월말에 전원 계약해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강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현재 인천 공장 용역·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한 감원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으나 군산공장의 경우 사측에서 8백명의 용역·계약직 노동자들 가운데 50명 이상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도 부도유예협약 이후 정규직 노동자 1천4백명과 함께 용역·계약직 노동자들의 감원이 상당한 규모로 이뤄졌으며 현재 소하리공장 5백여명, 아산공장 7백60여명의 용역·계약직 노동자의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노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아시아 자동차의 경우도 부도유예협약 이후 용역·계약직 노동자들 1천 5백7명 가운데 1천3백20명이 자연감원됐다.

용역·계약직을 가장 많이 채용하고 있는 조선업종의 경우 업종의 활황으로 용역·계약직노동자에 대한 전면적인 감축은 되지 않고 있으나 법정관리를 받게된 한라중공업의 경우 용역·계약직 노동자 3천여명의 70%를 일차적으로 감축할 계획이어서 대규모 해고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용역·계약직노동자들의 고용이 이같이 불안한 것은 사측이 구조조정으로 인력감축이 불가피하게 되자 강력한 노조를 가진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인원감축을 피해 힘없는 용역·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해 해고를 집중하고 있고 각 사 노조들도 이에 대해 특별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자동차노조연맹의 한 관계자는 “각 노조들이 정규직노동자들의 보호조차 급박한 상황에서 용역·계약직 노동자들까지 보호한다는 것이 힘에 겨울뿐만 아니라 용역·계약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완충지대로 여기는 경향까지 작용하고 있다”며 노동계내에서조차 용역·계약직 노동자들은 소외지대로 남겨져 있음을 지적했다.

이처럼 노동계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용역·계약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전문 기술이 없는데다, 퇴직금,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등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 해고를 당할 경우 생계를 이어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조설립 등 자구책을 마련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용역·계약직 노동자들이 소속된 용역업체들은 사실상 ‘서류상’의 회사에 불과해 노조설립시 소속 회사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장기적으로 ‘산별노조로의 전환’ 등을 통해 용역·계약직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로조건 등을 해소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해 용역·계약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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