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경제 위기 책임 추궁 ‘이회창 봐주기’
중앙 정치권 공방 중계 ‘초점 흐리기’



언론이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책임소재에 대한 비판의 칼날이 여당으로서 책임을 져야할 한나라당을 비켜가 ‘이회창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6일자 사설 ‘국민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에서 김영삼대통령에 대해서 엄중한 책임을 물으면서도 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지금 이 시점에서 문책문제에만 온통 매달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본다”며 이회창 후보의 ‘책임추궁유보론’에 동참하면서 문책론이 여당으로 번지지 않도록 연막을 치는 듯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이같은 태도의 문제점은 ‘한겨레’ 사설에서 잘 지적되고 있다. 한겨레는 9일자 사설 ‘한나라당의 국난 책임’에서 “책임추궁 유보론이나 정치권 공동책임론 또는 김영삼 대통령 책임론은 열흘밖에 남지 않은 대선에서 정치권 후보들 중 누군가를 골라야 하는 유권자들에게 아무런 실질적 도움을 줄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찍이 이회창 후보 편들기에 나선 중앙일보도 IMF와 관련, 책임규명은 외면한 채 정치권의 공방을 중계하고 있어 초점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12월 6일자 5면 <3당 사활 건 ‘네탓공방’>, 12월 4일자 9면 <舊 민주당 “우리도 뛴다”>, 등의 기사를 통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며 IMF책임소재 흐리기에 앞장섰다.

한편 경향신문의 12월 9일자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라는 공병호씨의 칼럼은 “대통령이 경제현안의 구체적인 문제를 세세히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고 주장, 현 경제위기를 극복할 유능한 지도자를 원하는 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방송
병역문제 국민신당 주장 보도 안돼
한나라 ‘선거 전략’ 여과없이 보도


이회창 후보 차남 수연씨의 병역기피 의혹, 이인제 후보의 입영기피 의혹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국민신당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지만 이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국민신당측의 주장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아 방송사들이 양자 구도로 유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일 KBS, MBC는 한나라당의 이인제 후보 입영기피 주장을 보도하면서 이에 대한 국민신당측의 반론을 보도하지 않아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인해 특정후보에게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또 11일에는 KBS와 SBS가 IMF재협상을 둘러싼 각당의 입장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국민신당 측의 반론을 보도하지 않아 마찬가지 맥락에서 문제가 됐다. 한나라당과 신한국당의 공방으로 부각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민감한 경제문제에 대한 특정 정당의 입장을 누락한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화면구성에 있어서도 이인제 후보에 대한 불공정한 행태가 재연되었다. 8일 세 후보의 거리유세보도에서 KBS와 SBS는 김대중, 이인제 후보의 유세화면이 이회창 후보에 비해 밀도가 떨어지게 나타났다. 13일에도 KBS는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의 거리유세 장면을 보도하면서 이례적으로 이회창 후보의 경우에만 군중들의 환호성에 음향을 넣은 반면 이인제 후보는 음향을 제거하는 등의 차별을 보였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한나라당의 ‘사표방지 전략’에 대해 방송사들이 어떤 문제제기도 없이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표방지를 위해 유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야 한다는 주장은 선거를 오직 특정정당의 집권수단으로 파악하는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이를 ‘선거운동 전략’으로 당당히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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