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에 종군기자로 활약했다가 고엽제 피해를 입어 두눈을 실명한 전직 노기자가 5천만원을 언론사에 기탁했다. 주인공은 전 동아일보 사진부 차장 김용택씨(66). 김씨는 국내 유일한 사진기자 출신 국가유공자.

지난 67년 김씨는 동아일보 월남전 종군기자로 현지에 파견됐다. 김씨는 닥토전투, 청룡 부대의 뇌룡작전 등 숱한 전선을 뒤쫓으며 전장의 숨결을 국내에 소개했다. 그러나 김씨에게 되돌아 온 것은 고엽제 후유증.

67년 귀국직후에는 별다는 자각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점차 온몸이 시름시름 아파오기 시작했다. 결국 74년 동아일보 사진부 차장을 끝으로 언론사를 떠났다. ‘코끼리’ ‘탱크’등의 별명으로 숱한 사진 특종을 쏟아내던 명성에 비하면 초라한 ‘은퇴’였다. 90년부터는 두 눈을 완전히 실명,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주위 동료들의 도움으로 국가유공자로 선정된 것이 지난 96년 5월. 당시 월남전에서 동아일보에 송고한 사진들이 결정적인 증거였다. 민간인 출신의 최초 국가 유공자였다. 김씨는 국가배상금과 사비를 털어 전직 회사 동료인 이상하 전 동아일보 사회부장이 사장으로 재직중인 무등일보에 5천만원을 기탁했다.

무등일보는 한국기자협회 등과 공동으로 ‘김용택 사진기자상’을 제정해 후배 기자들에게 김씨의 숭고한 뜻을 전달할 계획이다. 김씨는 “그나마 정신이 맑을 때 후배기자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다 이제서야 그 뜻을 이뤘다”며 “비록 두 눈은 멀었지만 앵글 하나로 전장과 사건현장을 뛰어다니던 사진기자를 사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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