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자들도 한 인간으로서 지지 후보가 있습니다. 그러나 수십만 수백만 독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수 있는 언론에 ‘사심’을 드러낼수는 없습니다.”

16일 발표된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의 결의문은 한국 언론에 고하는 ‘양심선언’이다. 한국 언론 초유의 일선 기자들의 연대 결의문은 역설적이지만 한국 언론의 ‘대통령 만들기’ 행태가 어느정도 심각한 수준인지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일선기자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불공정 수준이 한계 상황을 넘어섰고 더 이상 ‘기사’라는 울타리에만 갇힐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 기자는 “중앙일보 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이 전체적으로 불공정, 편향된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특정 언론사의 일회적 보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한국 언론의 구조적이고 빗나간 관행에 대한 견제로 이해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리고 한국 언론의 편향된 선거보도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대의 민주주의’의 원칙과 의미를 언론이 앞장서 훼손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이번 결의문은 소속사도 다르고 정치적 의견도 상이한 일선 정치부 기자들이 대선 기간중 자발성에 기초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결의문은 불공정 보도의 진원지로 지목한 중앙일보를 주요 타깃으로 겨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서명에 나서게 된 데에는 언론 전반의 불공정·편파보도 행태에 대한 ‘자책’과 각 언론사에서 ‘빗나간 보도’를 강제하는 간부들에 대한 ‘공분’이 누적돼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부 기자들의 이번 결의문 채택이 언론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가늠키는 쉽지 않다. 일과성 ‘결의’로 지나가 버릴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각 언론사의 평기자들이 언론의 ‘공정성’과 관련해 사별 ‘장벽’을 뛰어넘어 뜻을 모은 것은 지난 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 있는 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렇기에 이번 결의가 대선 보도에 대한 자기 비판과 이후 공정보도의 불을 지필 수 있는 하나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같은 전망은 서명에 참여한 한 기자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이 기자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언제든지 일선 기자들의 결집된 목소리를 표출해야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이러한 ‘결의’를 조직적으로 묶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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