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한솔에게. 엄마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예쁜 한솔이를 옆에서 돌봐주지 못해 엄마는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단다.

… 조금만 더 지나면 우리 한솔이가 여섯 살이 되겠구나. 한솔이가 여섯살이 되는 새로운 해에도 항상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기를 엄마가 기도할께. 엄마랑 한솔이랑 만나는 날까지 항상 건강해야 한다.”

남편과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현재 청주교도소에서 복역중인 전 슈어프로덕츠 노조위원장 문순덕씨가 아들 김한솔군(5세)에게 최근 보내온 편지다.

이 편지에는 차디찬 겨울을 맞아 바깥세계에 홀로 남은 어린 아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정작 문씨를 비롯한 여성 양심수들은 ‘여성’으로서 건강을 보호받지 못한 채 옥살이를 하고 있다.
지난 12월 4일 서울 종로구 파고다 공원 앞에서는 어김없이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소속 어머니들의 ‘목요집회’가 열렸다. 이날의 주제는 ‘여성양심수.’ 이 행사에 참여한 임수경씨는 자신의 옥살이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사회의 소외지대인 교도소, 그 속에서조차 소외받을 수밖에 없는 여성 양심수들의 감옥살이를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교도소의 모든 운영이 남성중심적이어서 여성양심수들은 여성으로서 건강유지에 가장 필수적인 ‘청결유지’조차 못하고 있다. 교도소에서 팔고 있는 속옷, 양말 등 생필품들이 모두 남성용인데다 가열시설마저 없어 속옷을 삶아 입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겨울철엔 난방조차 제공받지 못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이로 인해 수족냉증, 생리불순, 하혈 등 각종 여성질환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10월 23일 김천교도소에서 5년간 복역하고 출감한 손민영씨에 따르면 여성양심수들은 대부분의 교
도소에서 일반재소자들과도 완전 격리된 독방생활을 하기 때문에 2∼3년 수감생활을 겪고나면 인간관계를 이루는 능력뿐만 아니라 언어능력마저 상실돼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에 이른다는 것이다.

난방시설, 침대, 수세식 변소 등을 제공받는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화려한 독방생활이 있는 반면 최소한의 여성성마저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 양심수의 ‘옥고’가 있는 한국 교도행정의 명암은 우리사회 인권 수준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는 게 이날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현재 복역중인 여성양심수(기결수)는 다음과 같다. 안윤정(대전교도소), 이윤정(청주교도소), 함정희(원주교도소) 변의숙(대전교도소), 정민주(공주교도소), 이혜정(홍성교도소), 강정희(진주교도소), 박현정(안동교도소) 정선(군산교도소), 문순덕(청주교도소). 이들은 대부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복역중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