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 대죄-재경원 기자의 고해’라는 한 재정경제원 출입기자의 취재일기를 계기로 언론계에 경제위기 보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경제위기가 오기까지 언론이 본연의 역할인 ‘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재경원을 출입하는 중앙일보 손병수기자는 지난 4일 ‘5가지 대죄-재경원 기자의 고해’라는 기사를 통해 언론이 현재의 경제위기와 관련 △환상유포죄 △단순중계죄 △진상외면죄 △대안부재죄 △관찰소홀죄 등 5가지 대죄를 졌다고 밝혔다.

손기자는 “OECD 가입으로 선진국이 됐다는 정부의 허황된 선전을 언론이 여과없이 독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과소비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또 손기자는 “종금사 대책과 관련 정부가 3년간 예금원리금을 책임지고 보장해준다는 발표만 전달했지 전격적인 영업정지로 생돈이 종금사 금고에 묶이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손기자는 이와 함께 “외국언론의 ‘외환보유고 1백50억달러’ 보도에 대해 정부가 ‘오보’라고 흥분하자 언론이 진상을 밝히기보다 정부의 반발에 동조하는데 급급했고, 기아사태에 대해서도 반대와 비판만 했을 뿐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경제부의 한 기자는 “자기비판에 인색한 언론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언론이 이같은 자성을 계기로 지나치게 늘어난 지면을 줄이고, 발행부수의 거품을 빼는 등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또 “이제 언론은 현 경제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를 규명하고 이에대한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못박았다. 그는 “그러나 언론이 ‘과소비’와 ‘허리띠 졸라매기’ 식으로 원인과 대안을 찾는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든다”고 밝혔다.

재경원을 출입하는 중앙일간지의 한 기자는 언론이 정부의 발표를 단순 중계하고 대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이 크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언론환경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이같은 자성도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기본적으로 일의 양에 비해 기자수가 적어 그날그날 보도하기에 바쁜 실정이다.

또 지금과 같은 폐쇄적인 정보유통 환경, 센세이션한 보도가 독자들에게 호응을 받는 문화 풍토 속에서는 기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기자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정보유통 환경 등 외적인 변화와 취재시스템의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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