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재벌해체’를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국가경제위기의 주역인 재벌을 해체해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수술대’에 오른 재벌에 대한 보도가 각 신문마다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재벌신문들이 재벌해체에 따른 부작용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중앙일보는 3일자 경제면 머릿기사 ‘그룹 구조개편 재계 충격-IMF 인위적 개입에 혼란·부작용 우려’를 통해 재계입장을 주요하게 다룬데 이어 4일자 5면 전면으로 ‘대기업 구조개선요구-재계 반응’을 게재하고 ‘상호지급보증 해소’는 “계열사 차입길 막혀 금융부담 가중”을, ‘결합재무제표 도입’은 “내부거래 못해 매출감소”를 가져올 것이라고 재계입장을 그대로 대변했다.

중앙일보는 또 4일자 사설 ‘IMF합의 좌절할 필요없다’에서 회계기준의 투명성과 외부감사인에 의한 재무제표 작성 의무화 등을 두고 “우리 경제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으며, “우리기업의 경영특성이 반영 안되는 이런 급격한 개혁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 기업은 군살빼기에 전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감원을 부추기는 듯한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문화일보도 4일자 사설 ‘재출발 계기삼자’를 통해 “특히 대기업이 받는 타격은 심대하다.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자동차 전자 철강 조선 공업 등의 향후 발전도 극히 불투명한 처지에 놓였다”며 그 이유로 “계열 기업간의 상호지급보증 축소 등 내부자 거래가 불가능”해진 점과 외부 감시에 의한 재무제표의 작성 등으로 “대기업의 기업비밀·전략 등도 완전 노출, 불리하게 됐다”는 점을 지적, 재벌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했다.

이외에 경향신문이 지난 5일자 사설 ‘협상타결과 미·일의 입김’에서 “캉드쉬 IMF총재는 한술 더 떠 ‘재벌해체론’을 펴기도 했다”며 “양국의 개입이 지금의 위기상황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해 재벌해체 요구를 일축했으며, 한국경제신문도 지난 4일자 자유기업센터 공병호 소장의 시론 ‘캉드쉬의 ‘재벌개혁론’을 통해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채 자신들이 갖고 있지 않은 체제를 전부 부당한 것으로 간주하는 외국인들에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벌해체 요구가 한국실정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온것이라고 간주했다.

반면 ‘재벌해체’를 시급한 당면과제로 분명하게 지적한 신문사는 동아일보, 한겨레 등. 동아일보는 지난 4일자 사설 ‘IMF의 재벌 해체론’을 통해 “지난 30년간 재벌이 한국 경제성장의 주역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금의 국가경제위기를 부른 것도 재벌 탓”이라며 “재벌의 구조적 모순과 폐해가 제거되지 않고는 국민경제의 회생은 기대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한겨레신문도 지난 4일자 사설 ‘재벌수술 우리 손으로’에서 “국제통화기금이 재벌 소유구조,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내부자 거래의 뿌리깊은 고질을 도려내라고 요구한 데 대해 우리는 어떤 이의나 항변을 달 수 없다. 상식이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일은 우리가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IMF의 ‘재벌해체’ 요구에 대한 용어 선택에서도 신문들은 각각 ‘재벌해체’, ‘재벌개혁’, ‘경영쇄신’등으로 보도하는 등 차이점을 드러냈다. 동아일보는 3일자 1면 머릿기사로 ‘IMF 재벌해체 요구’라고 보도한 반면, 조선일보는 3일자 1면 5단으로 ‘IMF 재벌개혁 촉구’로, 중앙일보는 3일자 1면 머릿기사로 ‘대기업 경영쇄신도 요구’라고 보도하는 등 ‘재벌해체’라는 표현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경향신문, 문화일보 등은 지난 1일 재벌해체를 주장한 캉드쉬의 발언내용을 스트레이트 기사로 보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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