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거기간에 접어들어서도 ‘국민승리 21’ 권영길 후보에 대한 언론의 외면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월 25일부터 12월 4일까지 TV3사 메인 뉴스에 권영길 후보의 이름이 등장한 횟수는 통틀어 단 7차례. KBS <7명 기호확정>(11월 27일), <‘고용대란 무대책’ 실업공포증 확산>(12월 3일), MBC<권영길 후보 봉급생활자 시민 대변>(11월 26일) <군소후보 4명>(11월 27일) <“권영길 후보 재벌해체 주장”>(12월 2일), SBS<후보 6명등록>(11월 26일), <긴급명령촉구>(11월 28일) 등. 이 가운데 ‘기호 확정’ 등 타 후보들과 같이 소개되는 꼭지를 뺀 단독 꼭지는 3개뿐이다. 보도시간을 보면 권후보 외면의 심각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열흘 동안 KBS 20초, MBC 53초, SBS 9초 등 TV3사 뉴스 통틀어 고작 1분22초에 불과하다.

신문의 경우도 마찬가지. 한겨레만이 12월 1일부터 전담기자를 두어 매일 한 두 꼭지씩 권영길 후보의 선거운동을 보도할 뿐 타 신문들은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나마 중앙일보가 권영길 후보의 유세일정만은 꼬박꼬박 싣고 있지만 정작 정치면 기사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어 면피성 지면 배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도 법정선거기간 이후 대략 이틀에 한 꼭지 정도로 권후보 관련 기사를 지면에 배치하고 있으나 대부분 1단짜리에 그치고 있다. 한국 등 다른 신문들은 ‘가뭄에 콩난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극히 미미한 정도다. 반면 신문들은 3당 후보의 좋아하는 음식, 술, 차량 등 신변잡기부터 부인들의 동정에 이르기까지 보도하고 있다. 신문의 기사가치 판단 기준이 어디에 와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권후보에 대한 언론의 외면은 언론기관의 공정보도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8조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문제는 심각하다. 언론이 사회병리 현상에 대한 권영길 후보의 정확한 진단마저 외면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IMF 캉드쉬 총재가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재벌의 방만한 경영을 지적하며 재벌해체를 주장하자 신문들은 이를 앞다투어 다루었다. 그러나 ‘재벌해체’ 주장은 이미 권영길 후보가 20여일전인 지난 11월 10일 핵심공약 발표회에서 기자들에게 상세한 자료와 함께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지 노동계나 시민사회단체들이 늘상 하는 소리쯤으로 폄하했던 것이다.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의 목소리에 언론이 좀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같은 보도 태도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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