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거리에 길든 언론들이 계속 판을 치는 사회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일보 임순만 문화부장은 언론을 향해 이렇게 일갈했다. 언론인이 지면을 통해 동료 언론인의 비뚤어진 행태를 정면에서 비판했다는 이채로운 면 이전에 임부장의 글이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비판이 작금의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 때문이다.

임부장은 5일자 <임순만칼럼-낮은 목소리>에서 나라가 파탄나는 지경에까지 이른 데 대해 “언론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임부장은 국가부도사태를 부른 최고 책임자로 김영삼대통령을 지목하면서, “김영삼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YS장학생’들은…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92년 5월 민자당 전당대회가 끝나기 무섭게 YS찬가를 부르며 킹메이커를 자부한 언론인, 대선 당시 타후보가 당선되면 나라가 거덜날 것 같이 기묘한 논리를 구사하면서 노골적인 방법으로 농간을 부린 언론인, 부산복집같은 YS의 악재도 오히려 호재로 돌려준 언론인, 정권에 대한 견제는 애당초 집어치우고 ‘YS는 아무리 잘못해도 언론이 돌보아주는 한 손해볼 것 없다’고 방패막을 자임하면서 집단과 개인의 반대급부를 향유한 언론인”들이 바로 그 대상이라는 것.

임부장은 과거만을 말하지 않았다. 이같은 “한국언론의 치졸한 전통”이 “지난 7월 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이회창후보가 최종후보로 결정되자 ‘야단일화 돼도 이회창후보 압승’이라거나, ‘3김시대 마감, 대쪽신화 막오르다’ 따위의 국민을 무시하는 제목”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비판했다.

임부장은 이 글을 통해 언론과 언론인의 편들기 작태로 인해 제2의 김영삼대통령이, 제2의 국가부도사태가 초래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경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임부장은 ‘이례적인’ 칼럼을 쓰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에 대해 끝끝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요즘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거명되기에 언론도 예외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말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그의 글에서 여과없이 드러나 있다. “가면을 쓰고 특정후보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면서 상대 후보를 비트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직권적 죄악이다.” 따라서 “차제에 언론도 변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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