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이 ‘IMF 한파’가 불어 닥치자 ‘경영 공포증’에 떨고 있다. 우선 다른 일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자금줄이 꽁꽁 묶이고 있다.

최근 유력 신문사중의 하나인 A일보의 경우 모 은행에 2백억원대의 대출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고 B일보는 명동 사채시장 등에 소위 ‘문방구 어음’으로 불리는 융통어음마저 돌릴 정도로 자금 사정이 급박하다.

정부가 부실 금융사에 대해 존폐까지 들먹이며 체질개선 작업을 가속화하면서 그동안 금융권에서 ‘특수고객’으로 분류되던 언론사들의 ‘지위’가 일거에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불량 기업으로 치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경제부장은 “과거처럼 막무가내식 금융 대출은 이제 꿈도 꾸지 못한다. 대출 기준에 미달하거나 신용 등급 평가에서 박하게 나올 경우 대출 중단은 물론 여신 회수를 당하고 있는 신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B일보가 지난 7월 H종금사에 의해 1백50억원의 대출금 상환 요청을 받고 이를 갚았으며 적자폭이 큰 언론사들은 은행 대출이 사실상 ‘중단’되다시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기류는 경영진들을 통해 속속 확인되고 있다. 한 재벌 소유 신문사는 최근 열린 팀장급 회의에서 경영진이 “제2금융권의 여신 회수가 쇄도하고 있다. 연내 수천억원을 당장 갚아야할 상황이다”며 자금 사정의 긴박함을 호소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급박함에 비해 신문사의 주 수입원인 광고시장도 급속 냉각되는 추세이다. 그간 신문사 광고의 주요 기둥 역할을 해온 백화점,제약, 여행사 등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단골 고객’들이 급격히 줄고 있다. 게다가 삼성, 엘지, 대우 등 대기업들도 잇따라 대대적인 광고비 삭감을 표방, 갈수록 광고수입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국 관계자들은 올 하반기가 대통령선거로 인한 정치광고, 대학 전형 등이 한데 몰린 ‘광고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국일보 김환옥 광고국 국차장은 “광고 불황은 말할 것 없고 부도 기업이 속출하면서 게재된 광고료조차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에 소재하는 종합일간지는 물론 지방지까지 전국적인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이탓인지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된 일부 신문사의 광고 단가 인상 요구도 주춤거리고 있다. 조선일보 광고국 성백용 광고영업부장은 “정상적인 광고 수주량을 채우기도 힘든 상황에서 내년 광고단가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지회사들이 일부 신문사들에 대해 ‘현금 결재’를 요구해 자금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올초부터 일부 신문사의 신문용지 공급을 중단했으며 나머지 제지회사들도 해당 신문사에서 발행한 어음 결제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문업계는 내년에 사상 유례 없는 ‘최악의 불황’에 시달릴 것이라는 악몽에 사로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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