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로서는 유일한 보도 비평 기사였던 한겨레 ‘매체비평’의 성격이 바뀐다. 한겨레는 지난 28일자 미디어면 ‘알림’을 통해 “5월부터는 한겨레 지면분석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언론비평’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지금껏 한겨레를 포함해 모든 신문 방송의 보도 비평을 담아왔던 ‘매체비평’을 한겨레 옴부즈맨 성격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겨레 박우정 편집국장은 “그동안 타매체를 중심으로 비평해 왔으나 한겨레 역시 비평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한겨레가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평가해보자는 취지에서 매체비평의 성격을 바꾸게 됐다”며 “중요 사안이나 사건의 본질을 한겨레가 제대로 보도하고 있는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를 외부 전문가들의 비평을 통해 검증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타 신문에 대한 보도 비평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겨레 지면 비평을 중심으로 타매체도 비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전처럼 타매체 비평을 주되게 다루지는 않겠지만 한겨레 옴부즈맨 기능에다 타매체 비평을 가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겨레 ‘매체비평’은 지난해 6월 시작됐다. 지난 90년대 초반에 언론 비평과 관련한 고정란이 있었지만 당시는 전문가들의 토론 결과에 주간 비평 형식이었다. 그후 새롭게 단장된 ‘매체비평’은 여론매체부 기자의 출고기사로 게재됐다. 그러나 기사 출고 방식은 4개월만에 언론학자의 외부기고로 바꿨다.

이런 한겨레 ‘매체비평’은 중앙 일간지로서는 유일하게 ‘동업자 봐주기’란 언론계의 오랜 관행을 깬 전형으로 평가돼 왔다. 그만큼 다른 언론사 구성원들에게는 자신을 비판하는 껄끄러운 대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한겨레 내부에서도 이같은 매체비평의 성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한겨레 편집개선특별위원회가 이번에 매체비평의 성격 변화를 제안하면서 “타매체에 대한 비평은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같은 엇갈린 평가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한겨레 안팎에선 언론의 왜곡, 과정되거나 편파적인 보도태도의 문제점을 꼬집어주는 좋은 읽을거리였던 매체비평의 성격이 바뀐 데 대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겨레마저 ‘동업자 봐주기’라는 벽을 결국 넘어서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자 마지막 한겨레 매체비평에서 성균관대 이효성 교수는 “언론이 언론비평을 하지 않는 한국적 풍토에서 한겨레는 이 일을 줄기차게 해오고 있다. 또 그로 인해 우리 언론의 잘못된 저널리즘 활동을 시정하는 데도 기여를 해왔다”고 평가했다. 이교수의 이같은 평가가 ‘과거완료형’이 될 것인지, 아니면 ‘현재진행형’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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