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불안한 선두를 지켰고 동아는 해마다 한 걸음씩 후퇴하고 있으며 중앙은 큰 폭의 약진세를 보이고 있다. 방송의 경우는 KBS의 독주가 3년 연속 유지되고 있지만 미묘한 변화의 흐름도 감지된다.

이번 조사에서 선두그룹간의 순위는 사실상 의미를 상실했다. 조선, 중앙, 동아 모두 0.01점 차이를 유지했다. 표본 오차율을 감안한다면 별다른 의미를 둘 수 없을 정도의 미약한 차이다. 이는 한국 신문이 그간 치열한 지면 경쟁을 펼치며 ‘평준화’돼 가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계단이나 순위가 뛰어 오른 중앙의 선전은 섹션화 전략의 성공과 다른 신문에 비해 월등히 많은 인력으로 지속적인 질 개선을 추구한 점이 점차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두그룹 가운데 한겨레의 뒷걸음도 주목할 만하다. 한겨레는 95년, 96년 연거푸 3위를 차지했었으나 이번 조사에선 4위로 처졌다. 공정성과 정확성은 수위를 차지했으나 영향력 면에서 조선, 중앙, 동아에 크게 뒤진 것이 큰 요인이었다.

이에 반해 조선은 공정성이나 정확성 측면에서 박한 평가를 받았지만 영향력면에서 타지를 압도해 2년 연속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최근들어 대형사건 보도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은 그러나 공정성 측면에서 6위를 차지해 주목을 끌었다. 95년 조사에서 최고 평점을 얻었던 동아는 영향력 등에서 낮은 점수를 얻어 3위로 뒤 처졌다.

5위 이하는 한국, 문화, 경향, 세계, 국민, 서울신문 순이다. 문화와 경향이 순위를 뒤바꾼 것외는 지난해와 차이가 없다. 문화의 상승세는 석간지라는 이점과 오피니언면 특화등 고급지 전략에 대해 언론학자들이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린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신문들의 경우 지난해보다 종합평점은 0.1점 이상씩 상승했다. 조사를 맨 처음 실시한 95년에는 선두그룹이 3.9점대를 유지했다가 지난해에는 3.5점대로 하락했었다. TV사들의 경우 MBC가 거의 전 부문에 걸쳐 KBS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으나 KBS의 벽을 넘어서진 못했다.

MBC는 경제, 문화, 사회, 공정성 부문에선 KBS를 이겼지만 영향력과 정확성 등 여타 분야에선 KBS에 처졌다. 그러나 작년과 비교한다면 MBC는 미약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다. MBC는 지난해 대다수 분야, 심지어 공정성 항목에서도 KBS에 뒤졌으나 이번 조사에선 4개 항목에서 KBS를 추월했다.

강성구 사장 체제에서 이득열 사장 체제로 전환된 이후 오랜 기간의 침체기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프로그램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각종 지표를 감안한다면 상승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SBS는 여전히 최하위권을 형성했다. 시청율과 상관 없이 보도 부문에 대한 질적 평가는 인색했다.

특히 메인뉴스를 저녁 8시에서 9시로 옮기는 등 모험적인 시도를 기울이고 있는 것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문의 경우도 다소간의 순위 변동에도 불구하고 4위권을 기준으로 신문사들간 평균 점수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중·하위권 신문사들의 대폭적인 변화와 새로운 전략이 시급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이번 조사는 결과적으로 신문과 TV 모두 미묘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언론시장의 보수성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조사목적

미디어오늘이 해마다 실시해온 종합일간지와 TV3사에 대한 종합·부문별 조사가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이 조사는 당초 한국 언론을 단순히 부수나 시청률 등 표피적인 평가가 아닌 질적 분석을 통해 한국 언론의 질적 경쟁을 유발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특히 이러한 ‘한국 언론의 성적표’를 일반 독자들이 아닌 언론학자들에게 맡겨 언론보도에 일정한 자극효과를 기대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물론 이 설문결과가 한국언론에 대한 절대적인 성적표라고는 할 수 없다. 영향력이나 공정성, 정확성 등을 일정한 수치로 환산해 계량화한다는 것이 적지 않은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번의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의문점을 제기하는 의견도 많았다.

특히 언론사에 대한 비교 평가가 가져올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설문 대상자도 지나치게 적은 측면도 있다. 희비 쌍곡선이 교차하면서 일부 언론사는 이 조사결과를 자사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이 이러한 역작용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를 또 다시 실시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한국 언론이 질적 평가를 받아야한다는 당위적 믿음 때문이다. 입으로는 질적 경쟁을 외치면서 그간 보여온 모습은 무분별한 양적 경쟁의 확대 심화였다.

판매 경쟁의 와중에서 한 신문사 보급소장이 피살된 사건과 신문전쟁 과정에서 보여준 각 신문사들의 이기주의적 형태는 한국 언론의 양적 경쟁이 어느정도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이같은 한국 언론의 후진적 행태가 여전히 건재하는 한 이러한 질적 평가작업은 유의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사방법

지난해와 마찬가지였다. 10개 중앙일간지와 TV 3사에 대해 정치, 경제, 문화, 국제, 사회 등 5개 부문으로 나눈 뒤 각 부문을 다시 영향력, 공정성, 정확성 차원으로 분류했다. 각 부문에 대한 지수는 전혀 그렇지 않은 편이다 1점, 그렇지 않은 편이다 2점, 보통이다 3점, 그런 편이다 4점, 매우 그렇다 5점으로 평가했다.

이번 3차 조사에서 지난해와 다른 점은 조사대상자를 언론학 교수들만으로 국한한 점이다. 언론학회 회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업 언론인들이고 이들의 평가가 공정성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과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조사는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진행됐으며 97년 현재 전국 대학에서 언론학 관련 교수를 모집단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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