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에선 기자들이 공안당국에 연행돼 취재 경위 등을 조사 받고 국내에선 대사관쪽에 의해 비자 발급 문제를 둘러싼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국내 기자들의 중국 취재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외국 기자들에게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있는 국가이다. 정식 취재 비자를 발급 받아 현지에 주재하고 있는 특파원들조차 사사건건 취재 활동 구역을 제한 받는 등 중국 당국의 간섭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자들 역시 중국 당국으로부터 취재 비자를 발급 받아 중국 현지를 생생하게 취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취재 비자를 발급 받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사 비자를 받는다 해도 중국 어느 곳이나 마음대로 취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감시의 눈초리도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기자들은 대부분 중국 취재를 나갈 경우 취재 비자에 대해 ‘희망’을 걸기 보다는 관광 비자를 이용하고 있다. 제약이 적고 행선지만 명확하면 활동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같은 ‘편법’을 이용한 현지 취재도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게 기자들의 평가이다. 이번에 남북적십자 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통일원 출입기자들이 신청한 비자가 반려된 것이 바로 그같은 사례에 속한다.

국내 기자들이 관광 비자를 받아 입국해 취재하는 사례가 늘자 중국대사관측이 모든 관광 비자 신청인의 직업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미 확보된 기자 명단을 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지 취재 ‘전력’이 있는 기자들의 경우는 요주의 인물로 분류해 놓았다는 소문도 있다. 이같은 중국대사관측의 대응을 감지한 국내 언론사들은 중국 현지 취재 기사의 경우 ‘특별취재반’의 이름으로 내보내고 있다.

중국 당국이 한국 기자들의 취재 활동에 대해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대북 관계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90년대 초부터 조선(북한)벌목공들의 탈출을 비롯 최근에는 황장엽씨 망명과 조선(북한) 식량난에 이르기까지 중국 현지에 남북관계와 관련한 기사거리가 속출하자 한국 기자들의 잡입 취재가 빈번해졌다.

중국당국으로선 대북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국 기자들의 현지 취재가 달가울 리 만무한 것이다. 최근에 중국 당국이 한국 기자들을 연행 조사하고 취재 물품을 압수는 고압적 자세를 취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기자들 사이에선 중국 당국의 고압적 태도가 자칫 기자들의 신변안전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조선(북한) 식량난 등과 관련해 국내 언론이 조선(북한)을 직접 취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 현지를 통한 간접취재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 당국의 이에 대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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