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캘그랜 세계식량기구(WFP) 국장이 조선(북한)의 이른바 인육설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조선(북한)내 인육거래의 사실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캘그랜 세계식량기구 국장은 지난 5월 2일 AFP 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선(북한)의 시골에서 굶주린 사람들이 인육을 내다판다는 언론 보도는 일부기자들이 중국연변 주민들을 매수해 조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경에서 개최된 남북적십자회담을 취재했던 한 기자에 따르면 백용호 조선(북한) 적십자 단장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인육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부인 발언들에 대해 중국 연변 등지에서 인육설을 직접 취재했던 취재진들은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이거나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인육거래설을 보도한 언론들은 뉴욕타임스, 한겨레, 월간 WIN지, PD수첩 등이다.

지난 4월 29일 인육설을 방송했던 MBC ‘PD 수첩’의 정길화 PD는 “북한 식량돕기 캠페인을 하는 WFP 입장에선 인육설의 공론화를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고 특히 평양에 체제중인 캘그랜으로서는 정보접근의 한계와 평양 당국자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말부터 4월 중순까지 중국연변지역을 취재하고 왔다는 한겨레의 김경무 기자도 “탈북자들, 북한을 수시로 드나드는 연변의 모 대학 총장 등 여러 통로를 통해 인육설은 거의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며 “캘그랜 국장이 공식적인 루트만으로는 북한의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든데다 의사소통의 문제도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조선족 사기사건 등을 해결하기 위해 수시로 중국 연변을 방문하고 있는 김재오 외국인노동자피난소 소
장은 “인육설은 벌써 1년전부터 탈북자나 조선족들을 통해 연변지역에서는 기정사실로 굳어진 일반적인 얘기가 됐다”며 “연변지역에서 만난 20여명의 탈북자들 가운데 90%가 인육설에 대해 증언했으며 그 중 일부는 인육을 먹고 발각이 돼 조선(북한)의 공안기관인 안전부에 의해 공개처형된 사건을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조선(북한)에 대한 직접 취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육설을 둘러싼 사실여부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육설의 유포는 사실여부를 떠나 조선(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게 국내 취재진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