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언론의 역할은 사실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묘사와 전달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현상을 개념화해서 설명하고 전달하되 의미 부여를 위한 정리 작업이 전제돼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의미에는 공동선을 향한 방향이 내포되어야 합니다. 객관적 설명만으로는 언론이라 할 수 없으며 단순한 정보전달에 그치는 것도 진정한 언론이라 할 수 없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앞서말한 언론의 정위치에서 맞은편에 서있는 언론을, 다시말하면 진실과 정의의 잣대보다는 힘의 향배에 따라 잣대를 달리해온 언론을 비판하고 권고하여 공익을 위한 참언론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촉구하고자 창간되었습니다.

최근들어 신문이나 방송은 균형감을 찾아가는듯 보이기도 합니다. 지난해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대통령 차남에 대한 보도라든지, 집권당의 실정비판이라든지, 황장엽 조선(북한)노동당 비서 망명에 대한 균형있는 보도태도 등은 높게 평가할만 합니다. 그러나 이는 과거의 태도와 비교한 상대적 평가입니다.

과거 우리 언론은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고 지배층의 이해를 대변해오다시피 했습니다. 군부독재 때는 군부의 지배논리를, 자본이 힘이 있을 때는 자본의 논리를 대변해왔습니다. 진실과 정의보다는 힘의 논리대로 굴절하며 생존해 온 것입니다.

현실 파탄, 언론 책임 막중

이제 그 공생구조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언론과 권력과의 유착강도가 약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커다란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언론이 권력의 치부를 비호함으로써 곪을대로 곪아버린 환부가 이제서야 터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의 이 참담함은 그 무엇보다도 시의적절하게 환부를 드러내고 그 치유에 나설 것을 방기해 온 언론이 져야 합니다.

대통령 차남에 대한 소문은 수년전부터 무성했지만 어느 언론도 그에 대한 밀착취재를 벌이지 않았습니다. 1년 내내 그를 따라다니는 집념이 있었다면 당진제철소 방문이라든지, 측근들과의 방탕한 놀이자리 출입자들을 모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언론은 참다운 공론(公論)이어야 하는데도 여론을 조작된 중론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밀즈는 현대사회의 정치과정은 파워엘리트들이 ‘대중설득’과 ‘사상교화’를 통해서 참다운 여론을 밀어내고 그자리에 ‘조작된 다수의견’을 완성시켜 통치집단에 복무한다고 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스스로 하나의 거대한 기업이 된 언론이 수많은 대중을 교묘히 조종하고 조작된 다수의 논리로 여론을 확산시켜 나갈때 자유민주주의는 기만적 대중주의로 변질되고 맙니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의 가능태가 아니라 현실태로 우리에게 와 있습니다.

조작된 여론을 바로 세우기 위해 언론노동자들이 언론기업 내에서 분투를 계속해왔으나 그러한 노력은 언제나 지배층과 손잡은 언론 경영주와 간부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곤 했습니다. 그런 아픈 기억에 기초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언론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언론노동자들의 폭넓은 합의에 기반해 탄생한 ‘미디어오늘’은 창간 2주년을 맞아 언론을 바로 세우는 일이 일부언론종사자들만의 책무가 아니며 언론을 접하는 수용자 모두의 일임을 재확인하고자 합니다.

시민정신 실천의 길로

이제 우리사회는 시민사회로 이행되는 과정중에 있습니다. 보통 시민들이 공유하고 납득할 수 있는 가치관이 통하는 사회를 완성해 가야 합니다. 민주 시민들은 진리와 정의에 대한 가치판단을 명확히 갖고 있어야 하며 그런 시민들이 여론을 주도적으로 형성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의식을 완성하기 위해 개개인이 실천적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미디어오늘’은 창간 2주년을 맞아 독자 여러분과 참언론을 기대하는 모든 민주시민이 언론개혁작업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자 합니다. 언론개혁요구는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선언이자 언론수용자들의 주권회복운동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수용자들의 주권회복운동이며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정당한 주장입니다. 건강한 시민사회를 위한 참언론의 확립을 위해 ‘미디어오늘’과 언론노동자들과 함께 시민정신 실천의 길에 나서주기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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