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8일, 교육방송 노동조합은 총 파업에 돌입했다.
교육방송의 비리문제가 장안의 화제가 되고, 곧이어 위성과외가 시작된다는 소리가 떠들석하고, 마침내 위성방송이 시작되고 나서 3일 후 교육방송은 또 한번 뉴스취재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파업은 한달이 넘도록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로 시작된 이번 교육방송의 파업은 방송사상 초유의 합법적 파업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방송사상 최장의 파업으로 기록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지금 파업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방송국 안에 모일 공간이 없어 할 수 없이 마당에 멍석을 깔고 초가을의 따가운 햇빛 아래 목청을 돋우던 교육방송 노조원들은 9월 20일부터 드디어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교육방송의 돈줄을 쥐고있는 재정경제원이 있는 과천 정부제2청사를 시작으로, 주무부처이면서도 그저 뒷짐만 지고 있는 교육부와 공보처를 거쳐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있는 여의도로 이어지는 장외투쟁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방송에 왜 파업이 일어났는가? 왜 교육방송 4백여 조합원들은 일터를 뛰쳐나와 거리에서 외치고 있는가? 그들이 외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들이 바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교육방송 노조원들이 사측이 휘두르는 무임금의 협박을 이겨내고, 실제로 생계에 치명적 부담을 감내하고 목청껏 외치는 소리는 단 한마디, 제대로 된 교육방송을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제대로 된 교육방송에서 신명나게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면 제대로 된 교육방송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제껏 교육방송은 왜 제대로 방송하지 못했는가? 우선은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 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또 자율권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방송이 제대로 되려면 우선 안정적인 재원이 있어야 하고, 청사가 마련되야하고 또 방송전문가의 손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교육방송에는 아무 것도 없다. 한 해동안 쓰는 돈은 좋은 프로그램 만들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고 그나마 마음대로 쓸 수도 없다. KBS의 연간 예산 규모는 1조원, 교육방송 예산 6백50억원. 방송규모를 생각해봐도 정말 말도 않되는 돈이다. 그나마 재정경제원 관리의 손을 통과하지 않고는 한 푼도 쓸 수 없다.

그러면 공간은 어떤가? 이 문제에서는 정말이지 한숨을 넘어 분노가 치미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장담하건데 대한민국 최고의 좁은 자리에서 꼼지락거려야 하는 것이 바로 교육방송이다. 교육방송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한다.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 와서 보지 않으면 실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교육방송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정을 뻔히 알면서 그동안 방송국의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그저 참고견뎌보자고 할 뿐 근본적인 대책은 전혀 세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교육방송 경영진은 아무 힘도 없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들은 허망한 기다림을 깨부수고 떨쳐 일어섰다. 기다리기만 해서는 아무 것도 이루어질 수 없음을 우리는 뼈저리게 느낀다. 교육방송을 제대로 세워야 하는 것은 그저 교육방송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 국민을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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