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보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7일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의 6백70억원 비자금설이 불거져 나옴으로써 대선보도는 공정과 편파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신한국당 강삼재사무총장이 제기한 김대중총재의 6백70억원 비자금설은 이후 대선정국의 향배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태도가 대선보도에서도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진위 여부를 떠나 강총장의 주장은 자당 후보에게 ‘기사회생’의 계기를, 상대 후보에게 ‘치명적 타격’을 가할 것이 분명하며 이로 인해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간의 사활을 건 대결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신한국당이 김대중총재의 한국전 당시 부역설 등 제2의 공세를 준비중이며, 이에 맞서 국민회의도 이회창대표의 약점을 정리, 발표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이후 대선정국은 비방과 흑색선전, 폭로가 잇따를 전망이다.

언론의 대선보도가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다는 지적은 바로 이때문에 제기된다. 특정후보에게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도 있는 ‘설’을 아무 검증없이 중계보도만 할 경우 언론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기된 설에 대한 사실검증은 소홀히 한 채 공방을 그대로 중계만 할 경우 ‘중립을 가장한 편파’라는 비난을 살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각당의 폭로내용에 대한 사실검증을 충실히 함으로써 무분별한 비방·폭로전을 제어하고 대선경쟁을 정책대결로 유도할 경우 과거 선거보도의 불공정 오명을 씻고 공정선거 보도의 한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 한 방송사의 정치부기자는 “속단하긴 이르지만 일부 신문의 8일자 초판 보도를 보면 강총장이 제기한 ‘설’을 기정사실로 밀어부치려는 느낌을 받았다”며 “언론은 강총장이 결정적인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또 “언론이 사실검증에 어느 정도 철저히 임할지는 미지수”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시시비비는 가리지 못할 망정 균형잡힌 보도와 논평으로 무차별적인 비방·폭로전으로 비화하는 것만은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이민웅교수(신문방송학)도 “팩트 중심으로 진실을 찾되 시간적 제약으로 사실 확인이 안될 경우에는 제기된 설에 대한 반론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밝히고 “공정성 개념은 중립 보도를 하되 진실이 파악되면 이에 입각해 보도하는 것”이라면서 “소극적 중립성은 공정성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