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보도가 또 도마위에 올랐다.
동아일보와 국민일보가 신한국당 전당대회가 있던 9월30일 긴급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이회창후보를 무리하게 ‘2위’로 끌어올린 것은 이후보에 편파적인 보도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 1일자 1면 중간 머리기사로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동아일보는 ‘이회창-이인제 2,3위 자리바뀜’, ‘김대중-이회창-이인제순’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러나 이회창후보(지지율 16.7%)와 이인제후보(지지율 16.5%)의 지지율 차이가 불과 0.2% 포인트로 표본오차인 ±3.1의 한계내에 있어 두후보간의 순위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동아일보의 여론조사가 ‘여론조사의 사각지대’인 평일 오후 2~6시 사이에 이루어져 여론주도층인 30~40대 직장인을 고의적으로 표집에서 제외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맡은 한길리서치 홍형식소장은 “직장, 사업장 등도 할당해서 조사하는 등 보완조치를 취했지만 오후 2~6시 사이 조사가 무리였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타 언론사와의 속보경쟁으로 조사시간을 앞당긴 것이지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국민일보 보도 또한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지지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선가능성’을 기준으로 이회창후보가 2위라고 보도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여론이다.

국민일보는 이날 1면에 극동조사연구소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당선가능성 김대중-이회창-이인제 순’이라는 제목을 단 반면, ‘지지도는 김대중-이인제-이회창’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러나 기사가 “이회창후보는 전당대회에서 총재직을 승계받았음에도 지지율이 답보상태”라며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 변동에 초점을 맞춰 쓰여졌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당선가능성을 제목으로 뽑아 이회창후보를 2위로 부각시킨것은 ‘의도성’이 짙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여론조사에서 당선가능성은 지지도 조사와 함께 부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대세론’의 지표로 볼 뿐 중요한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관련 국민일보 최상현 편집국장은 “당선가능성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또 지지도는 그동안 많이 보도됐기 때문에 차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인제후보측은 동아일보 보도가 나온 1일 ‘동아일보의 잘못된 여론조사’라는 긴급 성명서를 서울역 및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가두배포하는 등 강력 항의했다.

이인제후보측은 이 성명서에서 “동아일보-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는 과학적 신뢰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한 의도적인 ‘이인제 죽이기’로 볼수 밖에 없다”며 “최근 이회창 진영에서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와 관련해 특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세간의 풍문이 이번 동아일보 보도를 계기로 현실로 나타났다”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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