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공안사건에 대한 언론의 ‘받아쓰기’ 보도가 재연되고 있다.

지난 29일 연합통신의 ‘포섭 후배 통해 학원가 친북통일 주도’ ‘주사파 학생들 북한 주포섭대상 드러나’, KBS 9시뉴스의 ‘한총련 간첩침투’, 30일 동아일보의 ‘한총련에 간첩 침투 혐의’ 등 동아대 ‘자주대오’ 관련 보도는 안기부에서 제공한 자료에만 의존한 성급한 보도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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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의 경우 노동당 입당원서 작성 및 조총련 자금수수 등 수사내용이 ‘피의자들로부터 받아낸 진술’ 이외에 어떠한 결정적인 물증을 제시 못하고 있는데다, 피의자 가족들이 피의자들의 진술이 수사당국의 협박과 가혹수사에 못이겨 나온 허위자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안기부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아 이번 사건을 첫 보도했던 연합통신은 해설기사를 통해 “조총련 조직원의 세뇌교육을 받고 사상이나 이념적인 저항없이 주체 사상 선전꾼과 공작원으로 둔갑하며… 당원 정신서약을 한뒤 공작금까지 받아 귀국 , 진짜 간첩이 되었다”고 보도해 피의자들을 간첩으로 몰았다.

KBS도 안기부의 자료를 제공받아 피의자의 이름까지 적시하며 안기부의 수사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다른 신문과는 달리 1면 머릿기사로, 한총련에 간첩 침투 혐의’라는 제목을 붙여 편집해 기사를 키우기도 했다. 이밖에 부산매일, 서울신문 등은 연합통신의 보도 내용을 받아써 피의자들을 간첩으로 몰아갔다.

한편 안기부 등 수사당국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확인을 해 주지 않으면서도 안기부요원이 각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화를 부탁하는 한편, 연합통신·KBS 등 특정 언론에만 수사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언론이 안기부의 교묘한 ‘언론플레이’에 이용당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특히 안기부와 부산시경이 수사내용을 합동발표하려다 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검찰의 반대에 부딪혀 발표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안기부가 특정의도를 갖고 수사내용을 고의로 흘린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한 부산시경 출입 기자는 “수사당국이 피의사실 공표죄에 대한 부담을 없애면서 수사실적의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고도의 언론플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부산시경에 출입하는 또다른 기자는 “공안당국이 기자들에게 수사내용에 대한 사실확인도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가려내고 정리하지 않은 채 수사당국의 일방적 자료에만 의존해 기사화한 것은 수사당국의 언론플레이에 언론이 놀아난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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