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 이후 받은 상이라 더욱 감회가 깊습니다. 작품 속에 용해된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가 심사위원들의 가슴에 닿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KBS 대하 사극 ‘용의 눈물’의 연출자인 김재형PD(62)는 지난 2월 26일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 연출자들 사이에선 ‘사극의 대부’로 불리우는 김PD. 지난 61년 KBS 개국 당시 입사해 ‘국토만리’를 시작으로 ‘용의 눈물’에 이르기까지 2백50여편의 드라마를 연출해 오면서 사극만을 고집해 왔다. 이런 ‘외길 정신’을 높이 평가해 한국프로듀서연합회가 그를 올해의 PD로 선정한 것이다.

“현대물도 만들어 보았지만 사극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없습니다. 사극은 역사의 흐름 속에 녹아 있는 선조들의 지혜와 민족의 웅지, 자존심을 되찾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PD의 사극에 대한 애착은 작품에 대한 열정에서도 확인된다. 한달 자택 전화비가 60만원에 이른다. 작업을 마친 뒤 귀가해서도 작가나 연기자들과 씨름을 계속하는 것이다.

“PD를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일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해야지 다달이 월급을 쫓아 연출하면
결코 좋은 작품을 만들 수가 없어요. 특히 드라마는 인생을 다루는 세계인 만큼 사물을 관찰하는 심도가 깊어야 합니다. 당연히 경륜을 쌓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요.” 30여년 PD 인생의 체험적 연출관이다.

이처럼 이순(耳順)를 넘긴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과 정력으로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김PD는 지금 ‘용이 눈물’ 이후를 구상 중이다.

지금껏 여러 작품을 통해 조선시대를 누벼온 만큼 다음은 시대를 앞질러 고려시대에 젖어들고자 한다. “난국이다 위기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국민들이 마음을 합쳐야 합니다. 후삼국을 통일해 고려시대를 개척한 왕건의 정치철학이 바로 ‘합(合)’의 정신이었지요. 이런 왕건의 건국정신을 조명해 봤으면 합니다.”

그는 또 30여년 자신의 연출 인생을 한권의 책으로 묶으려 한다. 드라마 연출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이나 현업의 후배들에게 자신의 연출 노트가 좋은 참고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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