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제2기 위원장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민주노총 일각에서는 지난 9일 대의원대회에서 보여준 내부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위원장 선거에서 단일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간부들은 이같은 ‘후보단일화’가 ‘제일 좋은 모양새’라는 데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당위론’은 누가 단일 후보가 돼야 하느냐는 문제로 들어서면 의견이 분분해진다.

“갈등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단일후보를 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세력으로부터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원만한 지도력을 가진 인물이 선출되어야 하지만 막상 이같은 논의에 들어가면 인물난을 느낀다”는 게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고충이다.

먼저 원만한 지도력을 갖춘 원로 노동운동가들이 나서면 좋겠지만 이미 알려진, 손에 꼽을 만한 조직가들은 내외적인 제약조건으로 사실상 후보가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제1기 민주노총을 이끌어 지난해 총파업을 승리로 이끌었던 권영길 위원장은 국민승리 21의 대표로 ‘정치세력화’에 전념하기로 한 이상 다시 위원장직을 맡는 것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며 지난 2월 9일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에 추대된 단병호도 비대위의 파업철회 과정에서 지도력에 상처를 받았을 뿐 아니라 민주노총 산하 최대조직인 민주금속연맹의 위원장으로 선출돼 사실상 위원장직을 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선은 대의원 대회의 결정으로 후보등록이 무효화됐지만 지난 2월 7일 임원선거 후보등록 마감일까지 등록을 했던 후보들로 모아지고 있다. 당시 등록한 후보들은 양경규 공익노련 위원장, 정갑득 현총련 전위원장, 정윤광 공공노련 지도위원, 배석범 민주노총 부위원장. 사실상 이들 가운데 위원장 후보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이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실제로 이들을 상대로 후보간 ‘조율’을 하면서 후보자를 압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노선 차이를 보이고 있어 단일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부적으로 다소 입장과 조직배경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배석범 위원장과 정갑득 현총련 전위원장은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론의 입장을 갖고 있는데 반해 양경규 공익노련 위원장과 정윤광 공공노련 지도위원은 ‘계급적’ 시각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의 이같은 노선차는 후보 단일화가 단순히 후보자들 간의 ‘조합’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사실상 단일화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일화가 제일 좋은 모양새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성숙된 민주주의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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