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고급일간지 인디펜던트지의 몰락은 위기에 직면한 한국신문계에 의미있는 물음을 던진다. 지난해 9월 인디펜던트지는 읽을거리 위주의 지면개편을 단행하고 4백만파운드(약1백10억원)에 이르는 광고비를 썼지만 신문 본래의 자세와 거리가 있는 지면이라는 평가로 오히려 독자들이 떨어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인디펜던트지는 경영난이 가중되자 이번에는 4백만 파운드에 이르는 경비삭감 계획을 세우고 한때 4백명이 넘었던 편집국 인원을 2백명 정도로 줄였다. 그러나 영국 신문업계는 신문의 질 저하를 우려하며 인디펜던트지의 회생에 어두운 전망을 내리고 있다. 지면개혁의 실패와 출혈경영으로 인한 경영난을 감원과 경비삭감에서 찾고 있는 인디펜던트지의 몰락이 위기의 본질을 외면한채 감원 등 단기처방으로 일관하는 한국신문의 위기와 닮은꼴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의 한국신문의 위기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광고불황에 그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신문재정을 광고수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 신문업계가 광고 불황을 맞아 경영난에 허덕이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문재정에서 광고수익과 판매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80%대 20%. 심지어 과다한 판촉비용과 지국운영비로 신문을 많이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연구자료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6년 12월 언론연구원은 10대 중앙일간지 95년 결산을 기초로 신문 한부당 한달 평균이익을 계산한 결과 신문 한부를 한달 동안 팔면 2백11원의 적자를 본다는 연구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 르몽드지의 광고수익과 판매수익 비율이 46%대 54%인 것을 비롯, 프랑스 대중지의 광고비와 판매수익 비율은 45%대 55%정도로 광고보다 판매수익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수입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영국이 신문재정의 65%를 광고로부터 충당하는 것을 비롯, 서독이 61%를 광고로 충당하는 등 광고의존도가 우리나라와 같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미국의 경우는 우리와 비슷한 구조로 광고수익과 판매수익 비율이 70%대 30%로 광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신문 한부의 가격이 지나치게 싼 반면, 판매비용의 손실을 보존하기 위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광고료가 신문사 수익의 절대량을 광고에 의존하도록 하는 기현상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이같이 한국신문업계의 광고와 판매수익이 왜곡된 구조를 갖는 것은 무엇보다 합리적인 광고료 책정방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문사들은 신문부수를 늘리기 위해 고가의 윤전기를 도입하고 과다한 지국운영비와 판촉비를 쓰는 등 출혈경쟁을 하는 한편 왜곡된 판매질서를 유지해왔다. 이같은 광고시장과 판매시장의 무질서를 바로잡기위한 방안으로 언론학계에서는 공동판매제의 도입과 ABC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신문업계가 현재 위기를 맞은 직접적인 원인이 왜곡된 수익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소유가 집중되고 경영의 투명성이 보장돼 있지 않다는 점은 보다 본질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의 주요신문들은 대부분이 특정 재벌이나 족벌의 지분율이 70%에서 많게는 100%에 육박하는 소유구조를 보여왔다. 더욱이 소유와 경영이 전혀 분리되지 못하고, 감시기구마저 갖추지 못하고 있어 재산 분식 등 사주의 전횡을 가능하게 했다.

상지대 박용규교수는 지난달 19일 기자협회와 프레스센터가 공동주최한 ‘신문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재벌의 신문소유를 제한하고 신문사의 소유집중을 해소하는 것이 신문개혁의 우선과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교수가 제시한 구체적인 방안은 △대기업과 그 계열기업의 지분을 2분의1 이하로 규정한 현행 ‘정기간행물의 등록에 관한 법률’(이하 정간법) 3조3항을 개정, 소유 자체를 전면 금지시키고 △정간법 3조에 특정 신문의 주식 또는 지분의 5분의 1 이상을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 족벌신문에 대한 소유지분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정간법 개정과 함께 신문산업의 소유구조 개선 방안으로는 기자회가 대주주인 프랑스의 르몽드지나 르피가르지처럼 사원주주제를 도입하는 방식 등 견제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는 사원지주제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사내주식을 외부인에게 양도할 수 없도록 하는 사내주제도를 상법의 특례법으로 보장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한국일보와 경향신문, 문화일보 등이 경영위기 타개 방안으로 사원지주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도 아직 그 성패를 속단할 수 없지만 의미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원주주제의 도입 외에도 노조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나 사외이사제의 도입도 경영투명성을 위해서 검토돼야 할 방안으로 꼽힌다.

그동안 왜곡된 시장질서와 거품이 한계상황에 이르렀던 한국신문업계는 IMF를 계기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편 새정부의 출범으로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때문에 언론계와 언론학계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언론이 개혁돼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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