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신문들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IMF 한파’로 수익이 격감하고 있는데다 지역재력가들이 소유해온 신문들의 경우 모기업의 재정난까지 겹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임금 체불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탈법적인 구조조정도 횡행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조심스럽게 신문통폐합 논의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지역 한 신문사 광고국 관계자는 “건설업체가 사실상 이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었는데, 대부분 도산위기에 처해 있어 차마 광고 달라는 얘기를 꺼낼수 없는 상황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광고난은 지역 경제 자체가 피폐할수록, 매체가 난립한 지역일수록 심하다.



경기· 인천지역=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하다. 경인, 경기 등 유력지들의 경우 다소간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일부 신문사들은 감원등의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인천일보는 감원 대신 감봉을 선택했다. 상여금과 각종 수당 지급을 유보하는 대신 인위적 감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원들의 임금은 총액 대비 40%가량 줄었다. 경기일보도 비슷한 방향이다. 자연감원을 유도하고 감면과 함께 20% 가량의 임금을 회사에 반납하는 방식을 취했다.

중부일보는 당초 24면 증면을 계획하고 신입·경력 사원을 선발했다가 증면계획을 취소하면서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다. 1월중 23명을 감원했다. 이에 비해 경인일보는 상대적으로 경영여건이 호전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사주인 삼보건설이 신규 소액주주들을 영입하면서 증자와 부채탕감을 단행, 불필요한 금융비용 낭비 요인을 줄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새한일보는 임금체불에 항의해온 기자 10여명을 해고조치해 본사 기자가 10명도 채되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조직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

강원지역= 강원도민일보는 전사원 일괄 사표를 받은 후 선별수리했다. 전사원의 15%에 달하는 30여명을 감원했고, 특별상여금 지급을 유보했다. 강원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그간 과당경쟁 요소가 적었던만큼 대대적인 구조조정작업의 필요성이 다소 적은 편이다.

대구지역=지역경제가 사실상 마비상태에 접어들면서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도발생율이 두배 가까이 이르는데다 최근에는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떠맡아온 청구그룹과 보성그룹이 부도가 났고 우방그룹도 협조융자를 신청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상태.

이를 반영하듯 전국의 신문사 중 몇 안되는 흑자언론사중의 하나인 매일신문이 2월 27일자로 정리해고 36명, 희망퇴직 46명 등 모두 82명을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다. 정리해고 대상자 가운데는 편집국 기자 21명도 포함됐다.

매일신문 노조는 회사측의 정리해고가 불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으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노조는 쟁의발생신고를 냈으며 집행부가 농성에 돌입한 상태. 영남일보도 지난 1월 부장급 이상 간부 16명을 퇴직시킨데 이어 3월중 차장급 이하 평직원에 대한 감원을 단행할 계획이다.

영남일보는 올해초부터 전 임직원에 대해 상여금 6백%와 부장급 초과 직급자의 경우 50%, 부장이하 30%에 달하는 기본급을 삭감해 실질 연봉의 40%밖에 받고 있지 못하다. 모기업인 보성그룹이 부도처리된 대구일보는 3일까지 자진퇴직자를 모집중에 있다. 대구일보 경영진은 자진퇴직자의 인원이 적을 경우 인위적 감원도 고려하고 있다.

충청지역= 아직은 ‘미풍’이다. 대전일보가 편집국기자 34명이 포함된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가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이를 취소했다. 그러나 대전일보는 지방주재 기자등으로 보복 인사를 단행, 노사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전일보는 1년 7개월간 상여금 일체를 유보키로 했다. 중도일보도 상여금 유보와 권고사직 형태로 10여명이 퇴사했다. 충청일보 등 청주지역 신문사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

호남지역= 지역경제 침체와 맞물려 경영난이 심화되고있다. 지난해 연말을 전후로 대부분의 신문사가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탓인지 소문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광주지역 언론노조협의회는 이 지역 경영진들에게 강압적인 감원을 추진할 경우 공동대응에 나서겠다며 결의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광남일보의 모기업인 가든백화점이 2일 화의를 신청해 신문의 진로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노조측은 “가든백화점의 명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아 현재 상태에선 뭐라 말할수 없지만 신문을 살리는데 전 사원의 힘을 모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무등일보를 소유한 라인그룹도 내부적으로 ‘단계적 분리’를 선언하고 구체적인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고지원을 점차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소유구조 개선까지 이루겠다는 것이 라인그룹의 구상.

광주지역의 경우 지난해 연말을 전후로 최종수 광주대교수, 이대순 호남대 총장, 장형태 전 전남도지사 등과 일부 신문사 경영진간에 자율적인 ‘신문통폐합’ 등의 논의가 오가기도 했으나 구체적인 추진력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부산지역= 부산일보가 지난해 말 명예퇴직 등을 통해 감원을 한 이후 현재는 잠잠한 상태. 부산매일은 1월 중 85명이 명예퇴직 방식으로 퇴사했으며 8명은 2년간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국제신문도 1월 72명, 2월 35명 등이 명퇴했으며 앞으로도 추가 감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과의 분리 문제는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부산지역은 중앙지들이 현지인쇄 등의 형태로 전략지구로 설정, 물량 경쟁을 주도하면서 지방지들의 설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제주지역=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심각할 정도의 구조조정은 없다. IMF 한파 이전부터 최소 인원으로 신문사를 운영하면서 상대적으로 거품 경영의 요인이 적었던 것이 불황의 파장이 비교적 적은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1일 이사회와 주총을 가진 제민일보는 실질적인 오너가 일본에 있어 오히려 경영여건이 호전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제민일보측은 일본에서 제공되는 지원금이 환율 인상으로 2배 가량 올라 경영구조 개선의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들어 10억원에 달하는 부채도 탕감했다. 1월 현재 24명을 감원했으며 체육부장은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 자진 의원 면직한후 체육분야 객원기자로 신문사와 인연을 맺고 있다.

한라일보는 감원이나 급여를 통한 감량 경영을 하지 않았다. 편집국의 한 차장은 “제주도 광고시장이나 경영상황이 좋은 것이라기보단 이전부터 최소경영을 해와 사실상 거품을 뺄 요인이 없어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잠잠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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