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도중 해고 통보를 받았다. 도대체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 집안의 쓰레기도 이렇게 버리진 않는다.”

사표 제출을 통보 받은 동아일보 기자의 항변이다. 비단 이 기자의 항변이 아니더라도 동아일보 분위기는 격앙과 분노로 가득차 있다. 회사측이 올해들어 전 사원의 10분의 1을 넘어서는 인원을 사실상 강제해고 형태로 정리하면서 사내 안팎에선 위기감과 좌절감이 팽배해 있다. 동아일보의 경우 올해들어 가로편집·섹션 체제 전환, 대대적인 홍보 등 공세적 경영의 한편으론 무지비한 감원의 칼날을 들이대며 언론계 감원을 선도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감량 경영은 철저하게 ‘사람’을 줄이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조선과 중앙이 감봉과 감원 모두를 동원하고 있는데 비해 사원들의 급여는 건들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의 이러한 감량 경영 조치에는 IMF 한파 이후 신문업계에 불고 있는 또 다른 형태의 패권경쟁의 부산물로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조선-중앙 양강 구도’를 깨기위해 총력 체제로 전환한 동아일보가 ‘몸집 줄이기’를 통해 패권경쟁의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욕이 엿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병관 회장이 표면적으로 경영 이선으로 물러나면서 후계 경영구도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임 경영자의 ‘경영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동아의 경우 편집국 간부진을 75년 동아자유언론실천 선언 이후 입사한 공채 기수로 전진배치하는 한편 지난해 2월부터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전사적인 차원에서 컨설팅 작업을 진행 하는 등 강한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리한 감원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지적도 적지 않다. 편집국의 경우 조선과 중앙에 비해 일부 부서는 최소 10여명의 인원이 적은 상황도 발생할 정도로 절대인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사기 저하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철저하게 ‘생산성’ 중심으로 감원 대상자가 선정되면서 사내 위화감도 팽배한 실정이다.

동아일보 공채 기수들이 최근 잇따라 모임을 갖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기준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내부 기류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패권경쟁의 걸림돌로 일부 사원들을 지목하고 무자비한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동아일보의 ‘행보’에 언론계 관계자들은 우려의 눈길을 감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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