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지면 혁신인가, 현실을 무시한 모험인가. 지난 2일 국민일보가 대대적인 지면 개편과 함께 기존의 신문과는 전혀 다른 가로편집을 선보이자 국민일보 내부는 물론 언론계 안팎에 적지 않은 논란을 던지고 있다.

국민은 본문 활자를 키우고 기사 제목에 선을 집어 넣는가하면 1개 지면의 기사량을 대폭 줄이는 등 혁신을 가했다. 국민일보의 가로편집은 홍콩 편집디자이너인 ‘알란 찬’의 작품. 국민일보와 자문 계약을 맺고 지난해 11월부터 편집 자문역을 맡아온 알란은 편집디자인과 관련 세계적인 유명인사 중의 한명이라는 것이 국민일보측의 설명.

파격적 형태의 가로 편집을 선보이자 국민일보 내부 구성원들이 우선적으로 당황하는 모습. 사실상 포맷 선정 작업에서 배제된 편집기자들조차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광고국등 비편집국 관계자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노조의 반응은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편에 가깝다.

특히 편집부 기자들은 “현실적인 한국정서를 이해하지못한 외국디자이너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작품’에 짜맞추기식으로 편집하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노조측은 무엇보다 조희준 사장의 진두지휘아래 외국디자이너가 만든 새로운 포맷이 시행되기까지 편집국 부서장의 의견수렴은 물론 편집자 고유의 창의성이 완전 배제됐다며 절차상의 하자를 지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면제작의 주체인 편집국을 따돌린 것은 ‘월권행위와 다름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재될 수 있는 기사량이 상당수 줄어든 취재기자들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단적으로 사회면의 경우 6건 정도의 기사면 완전히 ‘풀’ 상태. 이 때문에 일부 취재기자들은 “신문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뒷 전에 밀리고 순전히 보여주기 위한 신문에 머물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광고국도 새 지면체제에 맞는 광고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 특히 1면 하단의 직사각형 광고 등 새로운 형태에 대해 광고주들이 대부분 고개를 젓고 있는데다 일부 광고주들은 이미 게재를 약속한 광고물량까지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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