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언론계가 바람 잘날이 없다. 모기업 부도로 휘청거리는가하면 사측의 끝없는 감원, 감봉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을 전후로 대대적인 ‘감원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상태에서 또 다시 경영난을 내세운 언론사주들의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소위 ‘제2차 정리해고 바람’은 각 신문사 사주들이 4월 중순을 기점으로 일제히 각 노조에 노사 협의회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그간 꾸준히 제기되어온 사주간의 담합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현재 사측의 주도로 감원 논의가 진행중인 곳은 광주일보, 전남일보, 무등일보, 광주매일 등. 광주일보의 경우 지난 3월 8명의 사원이 희망퇴직 처리됐고 상여금 1년간 지급 유보, 호봉승급 정지 등 임금 삭감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전남일보도 노사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4월초부터 노사 협상에 들어간 상태에서 회사측이 노동부에 정리해고 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져 노조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현행 노동법에 따르면 전체 사원의 10%이상을 정리해고 할 경우에 노동부에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명시돼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최소한 10% 이상의 인원을 감원하겠다는 ‘선전 포고’와 다름 없는 셈이다.

모기업인 라인그룹이 단계적인 경영 철수를 선언한 이후 ‘홀로서기’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는 무등일보도 마찬가지다. 회사측이 제시한 감원, 감부, 감면 등을 의제로 일주일에 두차례씩 노사 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매일도 제2차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노사간에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일부 신문사에선 ‘살아남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광고 수주’를 독려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광주지역 신문사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초까지 모두 2백여명의 사원들이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떠나는 등 전국 언론사 가운데 가장 먼저 매를 맞은 지역으로 손 꼽힌다. 이런 상태에서 또 다시 감원 논의가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사실상 신문시장 자체가 극도로 위축된 탓도 있지만 갖가지 학연으로 얽힌 이 지역 사주들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지역 신문 사주들인 광주일보 김종태 회장과 광주매일 고경주 사장 등 대부분의 경영진이 광주일고 동문이다. 언제든지 흉허물 없이 공동 대응책을 논의할 수 있는 사이로 분석되고 있다.

무등일보의 한 기자는 “호남 지역 언론계는 다른 지역에 비해 그래도 전통과 뿌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전제한 후 “이제는 그러한 자부심은 커녕 모멸감만 팽배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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