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화장하는 남자’ 류근찬 KBS 9시 뉴스 앵커가 KBS 보도국의 사령탑을 맡았다. KBS에선 처음으로 앵커출신의 보도국장이 탄생한 것.

그는 ‘만감이 교차한다’고 표현했다. 매일 방송을 진행하는 자기관리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마음이 됐지만 자신을 최고의 앵커로, 영향력 제2위의 언론인으로 만들었던 KBS 뉴스를 이제는 시청자들이 직접 볼 수 없는 자리에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앵커의 자리를 물려주고 보도국장이란 또다른 중책을 맡았는데.

“보도국 조직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어 조직과 뉴스에 대해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자들과 몸으로 부딪히는 일들이 별로 없어 조직내부에 대해 생소해진 것도 사실이다. 특파원 3년간의 기간을 포함한다면 10년간의 단절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뉴스 편집의 방향은.

“기존의 뉴스프로그램은 정치·경제 위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어둡고 무거운 사회분위기 속에서는 밝은 기사가 필요하다. 시청자들이 뉴스를 통해 위안받고 고무받을 수 있도록 밝은 사회성 기사를 많이 발굴하겠다.

또한 박권상 사장께서 취임사에서 밝힌 원칙인 ‘확인된’ 뉴스, ‘정확한’ 뉴스를 제작, 뉴스의 신뢰도를 높이겠다. 공영방송 KBS의 뉴스라면 뭐든지 믿는다는 공감대를 시청자에게 심어주도록 하겠다.”

-95년 6월 노동자들의 명동성당 및 조계사 농성 등 노동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앵커 멘트를 한 점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류 국장의 뉴스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앵커 멘트는 앵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자의 리포트가 ‘희다’고 했는데 앵커가 ‘검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앵커멘트의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또 과거 6·10 항쟁 당시 사건기자로 있으면서 현장에서 그들의 주장을 담아내려고 노력했었다. 정도에서 벗어나 일방적으로 한 쪽에 무게를 실어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게 나의 확고한 신념이다.”

그러나 유 국장은 인터뷰한 날인 5월 2일자 KBS 9시 뉴스에서 민주노총의 반론 등은 외면한 채 5월 1일 민주노총의 시위를 비난하는 정부의 입장과 시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사를 연이어 3꼭지나 배치, 노동계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앞으로 보도국 운영 방침이 있다면.

"시청률이 높다보니 그간 느슨해진 면이 없지 않다. 긴장을 잃으면 낙종하기 쉽고 가치판단에 실수를 한다. 긴장도를 더 갖도록 해야 하겠다. 또한 보도국 각 구성원들간에 형제와 같은 우애를 바탕으로 맨파워를 최고로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

구체적으로 기자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해야 할 것인지 아직 고민중이지만 조직의 활력을 불러 일으키도록 노력하겠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