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이 거리로 내 몰리고 있다. 시작은 있으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둑이 터진 밀물처럼 실직 언론인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를 해결하기위한 언론계 차원의 노력은 찾아 볼 수 없다.
언론노련의 실직언론인 실태 보고서는 언론사의 고용 불안현상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국내 언론사 가운데 종교계 특수방송과 유선 방송사를 제외하면 모두 70개. 언론노련은 이 가운데 과반수 이상인 42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간 단순한 예측에 불과하던 실직언론인 실태가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형태로 조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종합지 10개, 경제지 5개, 방송사 6개, 통신사 1개, 영자지 2개, 지방일간지 17개, 지역민방 1개사가 그 대상이었다. 통신 보단 신문이, 신문 보단 방송이 보다 많은 실직언론인을 양산했고 지역별로는 지방보단 서울이 더욱 많았다.

매체별 현황


방송 퇴직자 숫자가 신문을 능가한 것은 방송사의 계약직 비율이 신문보다 월등히 높아 비정규직에 대한 대대적인 계약 해지 조치를 취한 것이 일차적인 요인으로 손 꼽힌다. 워낙 조직이 방만해 구조조정 필요성이 상존해 왔고 일부 지방방송사의 경우 회사 전망 부재와 관련 자발적인 퇴직 바람이 일었던 것도 한 몫을 거든 것으로 분석된다.

신문은 34개사가 대상이었다. 퇴직자 1천8백12명 가운데 7개 종합일간지의 퇴직자가 9백90명으로 집계됐고 2개 경제지가 1백77명, 지방일간지는 6백45명으로 나타났다. 중앙지 가운데는 재벌신문의 소유 분리 선언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된 문화일보와 경향신문에서 각각 1백 92명과 1백91명의 사원이 회사를 떠났다. 특히 문화일보의 경우 97년 언론연구원 조사에서 5백76명이 전체 사원이었던만큼 33%의 달하는 사원이 퇴사했다. 지난 12월 이후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고 감원을 하지 않은 중앙일간지는 국민일보와 서울신문, 한겨레 등 3개사였다.

국민일보와 서울신문의 경우 상당수 인원을 퇴사조치한 신문사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97년 적지 않은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중앙지의 감원이 사세나 경영실적과는 무관하게 실시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재벌의 소유 분리선언으로 대량 인원 감축이 불가피했던 경향과 문화를 제외한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소위 ‘빅3’는 무분별한 사세 확장으로 인한 경영난을 사원들에게 ‘전가’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들 3개 신문사에서 실직된 언론인은 4백45명에 달한다. 중앙일간지는 감원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일보와 서울신문의 고용불안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경제지에선 한국경제가 희망퇴직등의 형식으로 1백52명을 퇴사조치해 수위를 차지했다. 매일경제는 25명, 서울경제는 4명이 명예퇴직했다. 반면IMF사태가 오기직전 신동방그룹이 인수한 내외경제는 인력구조조정이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지방지 가운데는 광주지역과 부산지역에서 집중적으로 감원이 이루어졌다. 조사대상 13개 지방신문사 가운데 10개가 두 지역이었다. 특히 부산 경남 지역의 경우 광주전남 지역(1백79명)의 두배에 이르는 3백42명으로 집계됐다. 경기일보와 경인일보, 인천일보 등 수도권 지역 일간지들은 감원 대신 연봉제 도입과 상여금 삭감 등 임금체계 변화를 통해 감원을 최소화했다.

고용 및 퇴직 형태 현황

일반관리직종이 집중적인 표적이었다. 신문에선 7백11명, 방송에선 4백87명의 일반관리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방송은 특히 총무 행정직과 지원 및 기타부서의 퇴직자들이 전체 인원의 절반에 가까운 9백55명을 차지해 방송사들의 구조조정이 관리직종과 제작 지원부서에 집중됐음을 보여줬다.

신문의 경우 기자직도 상당수 감원됐다. 5백 27명의 기자직이 감원 대상에 포함됐다. 문화일보가 74명의 기자가 취재현장을 등졌으며 세계일보 54명, 경향 47명, 한경 40명, 동아 37명, 중앙 24명, 한국 16명, 조선 14명순이었다. 국제신문과 매일신문, 무등일보가 공히 29명의 기자를 퇴직조치했고 부산매일 27명, 경남 매일 23명 등 지방지도 적지 않은 기자를 감원했다. 연합통신도 일반관리직 32명, 기자직 24명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사는 상대적으로 기자직에 대한 감원이 적었다. 서울MBC가 24명으로 수위를 차지했으며 SBS 19명, KBS 11명 등이었다. 이에 반해 프로듀서직은 모두 1백 53명이 감원돼 심각한 감원 한파를 겪었다. SBS가 36명에 달하는 PD를 감원했고 서울MBC에서는 17명, KBS는 15명의 PD가 퇴사했다.

직종별 현황

신문은 정규직이 1천 5백 82명으로 계약직 2백30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방송은 KBS가 7백60명의 계약직 사원을 정리해 상대적으로 계약직 비율이 높았다.

퇴직형태는 명예퇴직 형태가 많았다. 신문의 경우 명예퇴직(희망퇴직·우대퇴직 포함)이 1천3백2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정리해고는 1백22명, 계약해지는 78명으로 조사됐다. 신문사 퇴직자들 가운데 계약직이 2백 30명이었음에도 계약해지 형태로 회사를 떠난 사원들이 적은 것은 각 신문사 계약사원들이 그만큼 정규 사원과 동일한 업무를 해 왔고 회사측도 이를 감안, 계약사원들에게도 명퇴를 적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방송사는 1천 4백 28명이 명퇴로 회사를 떠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방송사가 경영 여건이 좋은데다 IMF 초기에 정리해고 보단 ‘명퇴’를 더욱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CBS와 대전방송이 정리해고를 실시하는 등 점차 정리해고가 확산되는 추세이다.


향후 전망과 대책

한국의 언론인들은 IMF의 가장 큰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다. IMF 관리 체제가 가동된지 5개월에 불과하지만 전체 언론계 종사자의 10% 이상이 실직되는 사태를 맞고 있다. 이같은 실직 도미노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언론경영진들이 재차 인력 구조조정에 눈을 돌릴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미 일부 지역에선 한차례 거센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친 곳에 또 다시 감원 바람이 일고 있는데서 뚜렷히 확인된다. 따라서 실직 언론인 문제를 전담할 고용센터 발족 등 범 언론계 차원의 대책과 자구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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