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대우그룹노조협의회(의장 나양주·이하 대노협)의 의견광고를 게재키로 했다가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게재를 지연시켜 반발을 사고 있다.

대노협은 지난 7일 권근술 한겨레 대표 앞으로 공문을 보내, 대우그룹의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는 의견광고 게재를 의뢰했으나 한겨레측이 문안을 문제삼아 광고게재를 회피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한 공개사과와 담당자 문책을 요구했다.

대노협에 따르면 지난달 말 <임금체불 정리해고 노조탄압을 일삼는 김우중회장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5단통광고를 제작해 한겨레에 게재를 의뢰했으나 한겨레측이 김회장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광고문안과 김회장의 사진 게재를 문제삼아 확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지난 4일 대노협의 송보석 정책선전부장이 한겨레를 방문, 광고국의 서모 차장과 함께 ‘김우중회장’을 ‘대우김회장’으로 문안수정하고 김회장의 사진은 공란으로 비워두는 등의 내용에 합의하고 7일자 4면에 게재키로 합의까지 했으나 이틀 뒤인 6일 한겨레측이 <김우중회장의 성공법 7가지>라는 소제목 아래 김회장의 부당노동행위를 조목조목 지적한 광고문안 전체를 수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 관계자는 “광고윤리강령이나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에 비춰볼 때 대노협의 광고가 개인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할 우려가 있어 문안수정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광고윤리강령이나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에 따르면 개인의 명예나 프라이버시를 훼손하는 광고는 게재를 유보하거나 금지하도록 돼 있다”며 “대노협의 광고는 김우중회장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고 사진까지 게재하는가 하면 본문내용도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면서 ‘성공법’이란 표현을 써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등 김회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4일 본문내용을 고발성에서 요구성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으나 6일 확인해보니 본문이 그대로였다”며 “이때문에 재차 본문수정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노협은 반발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대노협측은 한겨레가 자신들의 광고내용은 문제 삼으면서 비슷한 내용의 다른 광고를 게재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광고게재를 회피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겨레는 지난 6일자 신문에서 기업의 경영비리를 폭로한 <악덕재벌 신세계백화점 그룹을 고발합니다>라는 광고를 1면 5단통으로 게재했으며, 8일자에서는 국민회의 군포시 지구당위원장인 유선호 의원 등 특정인의 실명을 거명하며 국민회의 군포시 지구당의 지방선거 후보 선출과정의 비리를 주장한 <김대중 대통령님께 호소합니다>라는 5단통 광고를 4면에 게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노협의 정종성 정책국장은 “고발성 문안이 전부 명예훼손일 수 없는데도 이를 문제삼아 광고문안의 세세한 내용까지 수정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은 부당한 처사였다”고 지적했다. 정국장은 또 “한겨레가 광고를 받지 않기 위해 우리를 피곤하게 만든 것”이라며 “대우그룹의 광고수주를 염려해 광고 게재를 회피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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