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0년의 기록이 단행본으로 묶였다. 오는 15일로 창간 10돌을 맞는 한겨레신문의 이야기가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한겨레신문사 간)이란 제목으로 모아진 것이다. 저자는 한겨레 이인우기자와 소설가 심산씨.

권근술 사장은 이 책의 발간에 부쳐 한겨레의 창간을 ‘기적’이라 불렀다. 또 한겨레 10년의 역사를 ‘온갖 역경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해온 우리 현대사의 축도’라고도 했다. 권사장의 이런 자찬이 과도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동안 우리 언론에 수많은 이정표를 남기며 쌓아올린 한겨레의 ‘공’이 여러 ‘과’를 덮고도 남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공’의 족적을 더듬는다. 통일염원을 환기시키고 보도에 성역이 없음을 입증하고 돈봉투를 거부하고 재벌개혁을 외쳐온 지난날의 ‘분투’를 생생히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은 또 ‘거대한 실험’이라 이름 붙인 제1부에서 세계언론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국민신문’의 탄생과정을 기록했다. 제1부가 과거의 기록이라면 제4부 ‘비젼 21’은 미래를 더듬으며 이렇게 묻는다. “한겨레 너는 누구냐.” 최근 들어 한겨레 안팎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정체성 논란을 감안할 때 물어야만 할 질문을 던진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서술형 조사의 시제를 바꿔가며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있음을 강조한다.

그들은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어리석은 꿈’에 합류한 사람들”이며, “신문을 한부라도 더 팔아주기 위하여 안간힘을 쓴 사람들”이다.

10년의 세월이 흘러 돌을 던지던 학생들은 정리해고 대상이 되었고, 노조결성을 외치던 노동자들은 기업살리기에 나섰지만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멸종될 리는 없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이 책은 결코 멸종될 리 없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통해 한겨레의 정신을 말하고 있다. 시들지 않는 건강과 굽히지 않는 진보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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