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노조가 압도적인 찬성율로 파업을 결의한 데에는 무엇보다도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쟁의발생을 만장일치로 결의한 지난달 29일의 대의원대회에서 “(상여금을)6백% 주다 1백% 주는 고무줄 임금이라면 나도 경영하겠다는 사원이 많다”, “한겨레에서 웬 파업이냐며 물러서는 분위기가 있지만 한겨레의 왜곡된 노사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선 분명한 의지의 표명이 필요하다”는 등의 ‘성토성’ 발언이 잇따른 것은 경영진에 대한 사원들의 정서가 어디에 가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원들이 이처럼 경영진을 불신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모아진다. 노조는 경영의 어려움을 IMF와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돌리면서 사원들의 저임금구조로 이를 돌파하려는 안이한 경영이 조합원의 불신을 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측이 작성한 98년도 경영계획표를 꼼꼼히 살펴볼 때 과도하게 계상된 대손상각비(광고비 중 광고주 부도 등으로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설정한 비용 손실분)와 각종 경비를 32억원이나 줄일 수 있는데도 경영진이 임금삭감이라는 ‘편한 길’만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영진은 협상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임금이 아니라 회사 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여기에 협상과정은 물론 쟁의조정기간이 끝날 때까지 수정안 한번 제시하지 않고, 협상결렬 후 권근술 사장이 노조를 제쳐둔 채 사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갖는 등 노조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독선적이고 권위적인 태도가 불신을 부른 또 다른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한겨레 노조는 그래서 이번 임단협을 경영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분기점으로 삼고 있다. ‘기본급 5% 인상과 상여금 4백% 지급’은 회사측의 안이한 경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보고 있다.

회사측의 위기론에 밀려 ‘거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임금이 삭감될 경우 생활고도 생활고이지만 무엇보다도 저임금에 의존한 경영을 치유할 수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노조는 또 ‘이사 및 감사 각1인 노조추천’의 경우 회사측의 경영독주를 견제하고 사내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장치라고 밝히고 있다. 노조는 특히 최근 들어 창간정신과 함께 이를 유지시켜주는 ‘혈관’격인 ‘한겨레 민주주의’가 퇴색하고 있다고 보고 그 원인을 인사·경영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는 점에서 찾고 있다. 비록 대표·편집국장 직선제를 통해 사원들의 총의를 반영한다고는 하나 사후과정에서 견제장치가 없어 인사·경영의 경직화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손석춘 노조위원장은 “올해 임단협에서 구성원을 가볍게 여기는 경영진의 독선과 무책임이 단적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한겨레의 내일을 위해 상여금 2백%를 반납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이같은 충심마저 경영진에 의해 무시당한다면 부득이 한겨레를 올곧게 키우기 위해 파업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